[살며 사랑하며] 옥상 낭독회

입력 2025-06-23 00:32

몇 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일 때, 때로 향유자를 만나는 행사로 힘을 얻어온 많은 창작자들이 고통받고 지냈다. 공연예술가들은 물론이고 글쓰는 작업자들은 향유자와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얻어온 기운이 삭제된 시간을 고독하게 보내야 했다. 그랬던 시절 SNS에서 박시하 시인이 옥상 낭독회를 여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녀는 우이동 본인의 집 옥상에서 낭독회를 열어왔다. 공동주택(빌라)이어서 옥상은 드넓었다. 돗자리를 지참해 독자들이 참여했다. 혼자서 보던 하늘을 함께 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셧다운의 시절 그녀는 랜선 옥상 낭독회를 SNS에 제안했다. 각자 자기 집 옥상에서 홀로 시를 낭독하고 그 장면을 공유했다. 덴마크 시골집의 어느 지붕에서도 참여가 이뤄졌다. 시가 울려 퍼질 때 낭독자가 사는 동네의 하늘과 구름이 보이고, 서서히 노을이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올해 옥상 낭독회는 비가 내려 실내에서 이뤄졌다. 참여하는 한 시인의 작업실에서였다. 그곳엔 피아노가 있었다. 내가 피아노에 관심을 보이자 작업실 주인은 “요즘 중고시장에 피아노가 헐값으로 많이 나와요”라는 말을 들려줬다. 오래된 피아노 한 대와 마주 앉은 자리에 있던 나는, 여러 주인을 거쳤을지도 모를 커다란 악기 하나가 환생을 거듭해온 영혼처럼 보였다.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시대. 마음 편히 피아노를 뚱땅거릴 수가 없으니 대개 디지털 피아노를 헤드폰과 함께 사용하는 시대. 애물단지가 돼 중고시장에 쏟아져나오는 피아노에 자꾸 마음이 쓰였다. 내 집에 여유 공간이 넉넉하다면 피아노를 장만하기엔 최적의 시기라는 생각이 한구석을 차지하는 한편, 오스트리아를 여행할 때에 민박집 어디에나 공용공간에 피아노가 놓여 있었고 가족들 중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피아노 뚜껑을 열고 의자에 앉아 손님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던 추억도 떠올랐다.

김소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