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어떤 사람이 다르냐’보다 ‘어떤 내용이 다르냐’가 관건

입력 2025-06-24 03:06

마가복음의 1차 수신자인 ‘무명의 로마 기독교인들’은 당대 가장 강력했던 로마 제국으로부터 복음을 사수하는 것 때문에 혹독한 핍박과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복음을 끝까지 붙잡을 것인지, 아니면 세상 문화 속에 편승해 갈 것인지의 고민은 당시 신앙 공동체 안에서 심각한 갈등의 주제였을 것입니다. 로마 기독교인들은 복음이 누구로부터, 누구를 위해 시작됐는지, 과연 복음은 어디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복음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하나님은 마가복음을 통해 그들에게 거룩한 도전과 위로를 주셨습니다.

주목할 점은 저자가 ‘요한 마가’라는 점입니다. 그는 사도로서의 영적 권위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도 아니었습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서인지 바울의 1차 전도여행 도중 밤빌리아의 버가에서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연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적으로 그가 복음서를 기록할 만한 자격이 된다고 해야 할까요. 복음 때문에 바울만큼 고생했나요. 아닙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그를 통해 복음서를 기록하셨습니다. 그 책이 수많은 성도를 위로하고 도전하다니 참 놀랍습니다.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통해서든 복음의 진리는 드러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연 나는 목사로서 충분한 자격과 기준에 맞는다고 자신 있게 나설 자가 몇이나 있을까요. 사람들 앞에서 조언한다거나 설교한다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럽고 조심스럽습니다. 목사로서 끊임없이 몸부림치고 애써야 합니다. 설교자에 대해 간과할 수 없는 요소가 있습니다. 그 사람을 통해 드러나는 초점이 오직 삼위일체 하나님 한 분뿐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빌 1:18)

하나님에게는 마가의 실수와 부족함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누구를 통해서든 그의 뜻과 계획을 이루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복음의 능력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파악하는 것은 검증에 있어서 참고와 기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을 통한 하나님의 일하심은 인간의 행위에 제한되지 않습니다.

예수님과 3년간 제자훈련을 받았다는 제자들은 소위 ‘스펙’을 앞세우며 자랑할 수 있을까요. 주님의 이름을 위해 많은 사역을 하고 기적도 행하며 카리스마 있는 권세가 있다고 그것만이 하나님의 일하심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정말 중요한 것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과 의도가 반영돼야 합니다.(마 7:21)

그가 어떤 사람인지, 경력이 어떤지, 사역하는 환경은 어떤지, 조건은 어떤지는 모두 ‘어떤 내용’을 드러내기 위한 통로와 수단에 불과합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상대적 비교 기준으로 일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우리 경험과 기준으로 성급히 단정하거나 제한해선 안 됩니다. 자신의 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과신하거나 뒤처진 자신의 모습을 비관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 초점을 두지 않는 교만의 이중적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함께하심에 대한 감사와 성실입니다. 신자로서 사람의 어떠함이 아니라 하나님을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두려고 힘써야 합니다.

천한필 목사(군포 예다임교회)

◇군포 예다임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경기중노회에 속해 있습니다. 경기도 군포 금정역 근처에 있습니다. 개혁신학에 근거한 본문 강해 설교를 비롯해 이단 상담과 교리 교육, 다음세대 사역에 집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