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1일(현지시간)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동원해 이란 영토 내 핵시설 3곳을 전격 타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주요 핵 농축시설은 완전히 제거됐다”며 “중동의 불량배인 이란은 이제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향후 공격은 훨씬 강력하고 쉬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2주간의 협상 시한을 부여한 지 이틀 만에 기습을 감행하면서 중동 내에서도 가장 폭발력이 큰 전쟁에 참전한 것이다. 중동 정세가 확전의 중대 고비를 맞았다.
트럼프는 이날 밤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조금 전 미군은 이란 정권의 핵심 핵시설 3곳을 대규모 정밀 타격했다”며 “이번 공습은 군사적으로 눈부신 성공이었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평화가 오든지, 아니면 지난 8일 동안 우리가 목격한 것보다 훨씬 더 큰 비극이 이란을 기다릴 것”이라며 “아직 많은 표적이 남아 있다. 오늘 밤의 표적이 가장 어렵고 치명적인 표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란을 향해 “평화가 빨리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나머지 표적들도 정밀·신속하고 숙련된 방식으로 타격할 것이다. 대부분 몇 분 안에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에 항복을 요구하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추가 공습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는 “하나님,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고 우리의 위대한 군을 사랑한다. 중동과 이스라엘, 미국을 축복해 달라”며 연설을 마쳤다.
미군은 이날 이란 산악지대 포르도를 비롯해 이스파한, 나탄즈 등 3곳에 있는 핵시설을 타격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B-2 스텔스 폭격기 6대가 ‘벙커버스터 GBU-57’ 12발을 싣고 가 포르도에 투하했고, 나탄즈에도 B-2 1대가 벙커버스터 2발을 투하했다. 또 미 해군 잠수함이 나탄즈와 이스파한에 토마호크 미사일 30발을 발사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이번 작전명이 ‘미드나잇 해머’(한밤의 망치)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란 공습 전 이스라엘에 관련 내용을 공유했고, 공습 후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공습 이후 연설에서 “역사를 바꿀 대담한 결정”이라고 트럼프를 치켜세웠다. 이란은 자국 핵시설이 공격받은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피해가 지상 부분에 국한됐고 방사능 오염 징후도 없다며 미국의 공격에도 핵 활동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정예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22일 성명에서 중동 내 미군기지의 취약성을 거론하며 “침략자들은 유감스러운 대응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이후 이란 마즐리스(의회)는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5%를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다만 마즐리스 의결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에 있어 봉쇄 실행 여부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판단에 달려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