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악순환 끊는 장애인 고용, 대기업들이 더 냉정했다

입력 2025-06-24 02:28

나이 들면서 장애의 유형은 변해간다. 아동기에 71%를 점하던 발달장애는 20~39세에서 51%로 줄고 그 이후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조기 노화, 조기 사망 현상 때문이다. 염색체 이상이 있는 다운증후군은 생물학적 요인이 강하지만 자폐성 장애는 건강을 스스로 돌보기 어려운 사회적 요인이 더 중요하다. 반면 어려서는 4%에 불과하던 지체장애가 20~39세에서는 19%, 40~59세에서는 48%로 크게 증가한다. 도로, 산업장 사고와 근육·관절·신경계의 각종 질환이 원인이다. 시각과 정신장애도 상당히 증가한다.

이 시기 장애인들에게 가장 큰 과제는 안정된 일자리를 찾는 것이다. 일자리는 결혼, 자녀, 주거, 문화·여가를 위한 소득원이자 자존감, 자율성을 갖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인간다움의 기반이다. 지체, 감각, 뇌병변 장애인의 대부분은 다른 청·장년들과 똑같은 고용의 욕구가 있다. 일부 중증 뇌병변, 발달, 정신장애인에게 고용은 치유와 돌봄의 수단이기도 하다. 장애 정도가 약할수록 직장의 성격이 강하고 심할수록 돌봄이 중요해진다.


사회적으로 장애인의 고용은 배제, 빈곤, 질병, 추가 비용 발생의 악순환을 끊는 핵심 고리다. 장애인이 중산층이 되느냐 빈곤층이 되느냐는 고용에 달려 있다. 그래서 정부는 고용 장려금, 시설·장비 지원금을 주고 세제 감면까지 해 주면서 장애인 고용을 유도한다. 반대로 의무 고용률을 설정해 두고 미달하면 부담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고용주들은 냉정하다. ‘장애인은 무능하다’는 것이 그들의 고정 관념이다. 의무고용률은 공공이 3.8%, 민간이 3.1%다. 2024년 공공은 3.9%, 민간은 3.0%의 장애인을 고용했다. 대기업일수록, 엘리트 의식이 강할수록 장애인을 기피한다. 지난해 한 언론은 국정감사 자료 보도에서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가장 많이 낸 기업은 A기업 462억원이었다. B기업 210억원, C기업 119억원, D기업 93억원, E기업 8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 경제를 이끄는 최고의 대기업들이다.

더 기막힌 것은 정부 조직의 장애인 고용률은 2024년 3.86%였는데 공무원에서는 2.86%, 비공무원(공무직, 기간제, 계약직 등)에서는 6.14%였다. 이것을 ‘차별의 평범성’이라고 불러야 하나? 결과적으로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8.8%로 전체 인구 참가율(64.7%)의 약 절반에 불과하다.

(재)돌봄과 미래,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