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지역 행보로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것은 대선 공약인 ‘AI 3대 강국’ 실현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때마침 국내외 기업들은 한국의 AI 잠재력에 주목하며 적극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다만 실제 AI 3대 강국 실현까지 인력 확보, 데이터 개방 등의 해결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 전시컨벤션센터에서 20일 열린 ‘울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은 SK텔레콤이 세계 1위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미포 국가산업단지에 103㎿(메가와트)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한 걸 기념하는 자리였다. 오는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데이터센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 6만장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다. 양측의 투자 금액만 7조원대에 이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출범식에서 “이 자리는 AI 3대 강국 비전을 향한 핵심 인프라이자 미래 주춧돌을 세우는 의미가 있다. 이제 울산은 AI 데이터센터를 통해 정부가 구상하는 AI 고속도로의 강력한 새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와 AWS가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를 울산에 짓는 건 미포 산업단지에 있는 SK가스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통해 필요한 전력 수급, 냉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데이터센터 건설에도 반도체(SK하이닉스), 에너지(SK가스), 건설(SK에코플랜트) 등에 이르는 그룹 역량을 총결집할 방침이다.
AWS뿐만 아니라 여러 빅테크가 한국에서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이달 말에 제2 데이터센터를 공식 가동한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세계적 기업들도 한국의 뛰어난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해 AI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를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로 분류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 대통령이 “범용 AI 모델을 모든 국민이 일상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보급을 확산해 생활 곳곳에서 AI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정부에서 독자적 AI 모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할 국내 AI 기업 공모에 나섰다.
하지만 AI 관련 전문인력 양성, AI 산업 융성을 위한 데이터 개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갖춰지더라도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데이터 개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AI 산업의 경쟁력을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