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비 GDP 5%까지 끌어올려라” 압박 가시화

입력 2025-06-21 00:03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본격적 ‘안보 압박’에 나섰다. 이재명정부로선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와 함께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난제를 만날 전망이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20일 한 방송에 출연해 “미국이 기본적으로 여러 국가에 국방비 증액을 요청한 건 사실”이라며 “이 문제를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의 션 파넬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우리의 유럽 동맹들이 우리의 동맹, 특히 아시아 동맹을 위한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그것은 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지난 18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와 지난달 열린 제21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시사한 ‘동맹국 국방비 증액’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한국을 콕 집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는 사실상 가시권에 들어섰다. 미국은 현재 GDP의 2%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지출 방침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나토에 이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까지 요구하면서 미국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이재명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함께 안보 압박을 이겨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존에 미국이 부과한 숙제들이 있었는데 또 하나의 숙제가 생긴 셈”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긴박한 상황까진 아니다”면서도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미국의 요구대로 국방비를 GDP 5% 수준까지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국방예산은 61조2469억원으로 GDP 대비 2.32%다. 미국 요구대로 늘리면 국방예산은 132조원에 이르게 된다. 김 교수는 “당장 내년까지 5%로 올리라는 건 불합리하다”며 “국방비를 올리더라도 우리의 자강 안보에 사용하도록 미국에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미국이 우리 정부에 구체적인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국방비를 꾸준히 늘려왔다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설득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으로도 한반도 방위나 역내 평화, 안정에 대한 어떤 필요한 능력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한·미는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여러 상황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준상 최승욱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