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납치광고

입력 2025-06-21 00:40

대학입시에 ‘수시납치’라는 말이 있다. 수시모집에 합격하면 무조건 가야 하기 때문에 수능을 잘 봤더라도 정시에서 더 좋은 대학에 지원할 수 없다. 수시 합격으로 발목 잡혀 납치당한 기분이라는 표현이다. 그런데 요즘 온라인에서도 납치라는 표현이 종종 쓰인다. 뉴스를 읽거나 웹툰을 보다가 스크롤만 해도 갑자기 특정 쇼핑몰로 강제 이동하는 경우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원치 않았던, 꽤 언짢은 일이다. 되돌아가기를 눌러도 다시 튕겨져 나온다. 원래 페이지로 가려면 이것저것 눌러야 하는데 피로감이 쌓인다.

이를 ‘납치광고’라고 부른다. 공식 용어는 ‘자동 리디렉션(redirection) 광고’다. 사용자가 아무 클릭을 안 했는데도 자동으로 다른 웹사이트나 앱으로 강제로 이동되도록 설정된 광고 형태다.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건 물론이고, 피싱에 악용되거나 때로는 광고주조차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이기도 하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은 이용자 동의 없는 접속·이동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기만적 리디렉션’이라 규정하고 플랫폼과 광고주 모두에 벌금을 부과한다. 유럽연합(EU)에서도 동의 없는 자동 이동을 개인정보 침해로 보고 수십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가 있다.

납치광고 대표 기업 쿠팡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칼을 뺐다. 방통위는 20일 납치광고로 이용자 불편을 유발해온 쿠팡의 온라인 광고에 대해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클릭을 안했는데도 강제 전환되고 있고 이를 관리하는 쿠팡의 업무처리 자체에 미흡한 점이 확인됐다. 쿠팡은 “일부 악성 광고사업자의 부정광고 행위에 대해 엄격한 대응을 해왔다”며 선을 그었지만, 책임은 쿠팡에게 있다. 온라인상 광고 유통 구조는 복잡하지만 이용자는 결국 쿠팡이라는 이름을 본다. 클릭을 유도하는 창의성은 허용되지만, 클릭하지 않은 이들을 납치하는 기술은 용납할 수 없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