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작품은 어떻게 올까… 초밀착 ‘예술품 수송 작전’

입력 2025-06-20 00:44
대한항공과 현대카드 로고.

예술품 전시회를 자주 여는 현대카드의 전시품 항공 운송에 대한항공이 투입된다. 대한항공은 수십 년간 축적한 특수 화물 운송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카드가 전시하는 고가의 ‘예술품 수송 작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값비싼 작품의 경우 특수 포장, 항공기 스케줄 조정, 큐레이터 동반 운송 등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2021년부터 대한항공이 쌓아온 노하우를 펼쳐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19일 현대카드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다음 달부터 1년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전시하는 고가 예술품의 항공 운송을 맡는다. 우선 현대카드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개최하는 3차례 전시에 대한항공이 투입된다. 회화, 사진,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을 운송한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오는 9월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9 톰 삭스전’에 공식 물류 후원사로 참여해 작품 운송을 담당했었다.

예술품 수송은 정교한 포장에서 시작한다. 작품의 재질과 크기에 따라 중성지, 골판지, 특수 완충재를 이용해 이중 포장한다. 여기에 외부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목재나 철재를 덧댄다. 입체 조형물처럼 충격에 민감한 작품은 고정핀이 부착된 전용 행거에 매달아 최대한 흔들림을 줄인다. 작품은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무진동 차량으로 공항까지 이송한다.

공항 도착 뒤에도 ‘수송 작전’은 끝나지 않는다. 예술품을 귀중품 전용 창고에 보관하거나 바로 팔레트에 적재한 뒤 항공기에 탑재한다. 수송 과정 전반에 걸쳐 보안 검색과 외관 점검을 한다. 기내는 화주의 요청에 적정 온·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고가 예술품의 경우엔 큐레이터가 동승해 수시로 작품 상태를 확인하기도 한다.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도 작품의 지상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항공기를 주기장에 배치한다. 통관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한 뒤 고가 미술품은 일반 화물과 달리 ‘민감 화물’로 분류해 접수부터 도착까지 별도로 관리한다. 대한항공은 특수 화물 전담 조직을 따로 두고 있진 않다. 다만 화물사업본부와 각 공항 담당자가 유기적으로 협업해 운송한다.

대한항공은 2021년에 처음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 소장품 110여점을 국내로 이송하면서 예술품 수송을 시작했다. 당시 항공편 스케줄, 포장 규격, 항온·항습 조건 등 작품별 특성을 고려해 4차례에 걸쳐 운송을 진행했다. 회화, 조각, 세라믹 등 총 작품 무게는 약 22t이고 추정 가치는 수조원에 달했다. 도난이나 훼손에 대비해 박물관 종합보험에 가입했고 24시간 CCTV 감시 체계도 운영했다.

대한항공은 예술품 외에도 코로나19 백신이나 신선식품 등 다양한 특수 화물을 운송한 경험이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오랜 시간 축적한 특수 화물 운송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 세계 유수의 작품을 보다 안전하게 운반해 국내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겠다. 전시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화물편도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