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택 “골프 사랑하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

입력 2025-06-21 00:14
김홍택은 지난 8일 백송 홀딩스 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 통산 3승째를 기록했다. KPGA 제공

골프투어의 흥행은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 여부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좋은 본보기다. 우즈는 12월30일이 되면 시니어투어 데뷔가 가능한 만50세가 된다. 그런데도 그가 속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우즈를 떠나보내지 못한다. 그가 투어에 남아 있고 없고에 따라 흥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즈뿐만 아니라 어느 투어든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는 필요하다.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 스타 출현이 ‘최고의 묘약’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골프 이도류’, ‘하이브리드형 골퍼’로 불리는 김홍택(31·DB손해보험)은 올 시즌 가장 핫한 선수다. 이름 앞 수식어는 스크린 골프와 필드 골프를 넘나들며 맹활약을 펼친다고 해서 붙여졌다. 김홍택은 스크린 골프 G투어에서 통산 최다승인 15승, KPGA투어에서 통산 3승을 거두고 있다.

2017년에 투어 데뷔한 그는 그해 부산에서 열린 동아회원권그룹 다이내믹부산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뒀다. 당시 173㎝의 신장으로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치는 선수 정도로 팬들에게 인식됐다.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것은 작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하면서다. 아시안투어와 공동 주관으로 열린 메이저급 대회 우승은 그를 스타덤에 올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김홍택은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큰 인기를 얻는 비결을 묻자 방송 노출을 꼽으며 “사실 엄청 소심해서 방송 울렁증이 있지만 열심히 했다”며 “성적도 잘 나오니 많이 알아봐 주신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김홍택은 지난 8일 ‘약속의 땅’ 부산에서 막을 내린 백송 홀딩스 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 통산 3승째를 거뒀다. 올 시즌 처음으로 컷을 통과한 대회서 덜컥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투어의 최고 흥행 카드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이번 대회 전까진 내내 부진했다.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공식 연습 라운드 때 당한 허리 부상 여파였다. 김홍택은 “그렇게 아파본 적이 없었다”며 허리에 차고 있던 온열 복대를 꺼내 보였다. 그러면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하려면 연습과 웨이트 이상으로 회복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겠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현재 허리 통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샷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그는 “허리가 아파서 샷이 엄청나게 흔들렸는데 지난주부터 많이 좋아졌다”며 “샷이 살아나니 3m 이내 퍼트가 안 들어간다. 중요한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더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골프는 20대보다 30대에 접어들면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원동력으로 잘 치는 선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살폈던 것에서 찾았다. 김홍택은 “(박)상현이 형처럼 잘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여유롭게 치는 것을 배우고 싶었다”며 “심각하게 한다고 더 좋아질 게 아니라는 걸 그때보다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마음먹고 때리면 공을 310야드까지 날릴 수 있다는 김홍택은 그 비결로 자신감을 꼽는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 투어 진출의 꿈도 키워가고 있다. 그는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으로 올해까지 아시안투어 시드를 갖고 있다.

김홍택은 “PGA 콘페리투어서 활약하는 (이)승택이와 지금도 연락하고 있는데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준비가 덜 됐더라도 그냥 가서 한번 부딪혀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아내와 상의해야겠지만 도전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2022년 결혼한 아내, 지난해 태어난 딸과 단란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KPGA 제공

김홍택은 2022년 결혼해 슬하에 딸 설연이를 두고 있다. 곧 둘째도 태어난다. 그는 백송 홀딩스 아시아드CC 부산오픈 우승 직후 아내의 둘째 임신 소식을 공개했다.

가족이 늘면서 가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 이상으로 그의 골프도 달라진 게 사실이다. 그는 “설연이가 태어나고 나서 성적이 잘 나왔다”며 “심적으로도 책임감이 더 커진 것 같다. 가족에게 늘 감사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궁금했다. 김홍택은 “누가 봐도 골프를 너무 좋아하는 모습이 보이면 좋겠다”며 “프로 생활을 마무리할 때까지 골프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만큼 즐겁게 치고 싶다.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당부로 인터뷰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