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과거사 발목 잡혔던 한·일… ‘경제공동체’ 향해 정중동

입력 2025-06-19 18:50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한·일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통상·안보 압력에 나란히 노출돼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무력 충돌까지 겹치며 자유무역질서가 교란되고 자국 우선주의가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양국이 이제는 과거의 반목보다 미래를 위한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용외교를 천명한 이재명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고 양국 간 경제 협력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분야로는 경제 협력이 첫손에 꼽히고 있다. 박성황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19일 “일본과 경쟁보다 컨소시엄을 통해 상승효과를 만들어야 한다”며 “두 나라가 함께하면 국제무대에서 좋은 입지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국은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조선업 등 국가 핵심 산업 영역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도 “한·일이 처한 국제 관계의 전반적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 통합 구상은 적절한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나가시마 아키히사 일본 총리 보좌관도 지난 16일 한국외교협회와 최종현 학술원이 개최한 특강에서 양국의 인공지능(AI)·로보틱스·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협력, 희토류 공동 개발 등을 언급했다.

재계에서는 나아가 ‘경제적 공동체’ 구성을 향해 운을 띄우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달 8일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한·일 경제공동체’를 제시했다. 그는 “단순한 협조 정도가 아니라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공동체를 생각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양국 경제계 인사들은 지난달 28일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 “관련 단체와 협력해 한국의 CPTPP 가입을 위한 활동을 실시한다”고 합의했다. 2018년 출범한 CPTPP는 일본이 주도하는 거대 경제협정이다. 호주 캐나다 영국 멕시코 베트남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무역 규모의 15.2%를 차지한다. 한국도 2020년부터 가입을 추진했으나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20년 넘게 교착 상태인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최근 여당 일부 의원들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한·일 FTA 타당성 분석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이 본격적인 경제 협력에 나서기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의 조속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정부는 과거사와 현안을 분리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으나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여전하다. 사도광산 논란, 한·일 남부대륙붕 공동개발구역(JDZ) 협정 종료 문제도 언제든 갈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강창일 전 주일대사는 “한·일 미래위원회를 만들어 경제·역사 등 각 분야 전문가와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도 “역사 공동 연구, 역사 교육을 위한 교류 활성화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예슬 박준상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