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 수교 후 352배 늘었다

입력 2025-06-20 02:00 수정 2025-06-20 02:00
연합뉴스TV 제공

한국과 일본의 무역 규모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60년간 35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기업 10곳 중 6곳가량은 일본 기업과의 교류·협력에 만족하고 있으며, 양국의 경제협력 역시 지속돼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한·일 협력 유망 산업에는 반도체, 인공지능(AI) 같은 첨단산업 분야가 우선순위에 들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9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한·일 기업협력의 현주소와 발전전략’ 보고서를 내고 양국의 무역 규모가 1965년 2억 달러(약 2749억원)에서 2024년 772억 달러(약 106조원)로 352배 늘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對)일본 교역 비중은 1973년 39.8%까지 상승했다가 점차 감소해 지난해 5.9%를 기록했다. 일본의 대한국 교역 비중은 6% 안팎을 오가다 지난해 5.4%를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전 양국의 무역 구조는 한국이 일본에서 주로 섬유·화학기계를 수입해 의류 등을 수출하는 수직적 분업 체계였다. 2000년 이후에는 한국도 반도체, 석유제품, 철강을 주로 수출하게 되면서 양국 간 수출품목이 유사해졌다. 현재는 정보기술(IT) 제품 등을 쌍방 교역하는 수평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무협이 일본 수출 실적이 있는 국내 기업 234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6.2%는 일본 기업과의 교류·협력에 만족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영업 중인 일본 기업 49곳 중 75.5%도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향후 협력 관계를 확대하겠다는 답변은 양국 모두 95%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경제협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한국경제인협회 설문에서도 확인됐다. 국내 101개 기업의 62.4%는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해 앞으로 한·일 경제협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기업 대부분(88.1%)은 경제협력을 위해 안정적인 한·일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일본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유망 산업 1위는 반도체였다. AI가 뒤를 이었고 자동차, 바이오·헬스케어, 조선 및 배터리 순이었다.

무협도 일본 현지 기업 심층인터뷰를 통해 모빌리티,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 핵심 광물·에너지를 협력 유망 분야로 선정했다. 김나율 무협 연구원은 “양국이 미래 산업의 동반자로 성장하기 위해 규제 완화, 기업 투자 인센티브 강화, 기술·인적 교류 확대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일 민간 교류 규모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1~4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322만7000명으로,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에 온 일본인은 약 104만명으로 중국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양국은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이달 한국의 김포·김해 공항과 일본의 하네다·후쿠오카 공항에 상대 국민 전용 입국심사대 시범운영에도 들어갔다.

한국 K팝과 일본 J팝의 교류도 기록적으로 늘어났다. 방탄소년단(BTS) 등으로 대표되는 3세대 아이돌 그룹은 일본에서 각종 차트 정상을 꿰차고 있다. J팝 싱어송라이터 후지이카제는 지난해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전석 매진시켰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문화·경제·안보 등에서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국민 인식이 자연스레 교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은 송태화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