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강타’ 올시즌 벌써 6번째… 프로야구 ‘헤드샷’ 주의보

입력 2025-06-20 01:26
NC 다이노스 박건우가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경기에서 LG 선발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의 투구에 헤드샷을 맞고 쓰러지고 있다. 뉴시스

지난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2회 LG 선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던진 시속 143㎞의 직구가 ‘딱’ 소리와 함께 NC 박건우의 헬멧을 강타했다. 박건우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얼굴을 움켜쥐었다. 경기장은 순식간에 도서관처럼 정적이 흘렀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타석까지 내려와 사과를 건넨 에르난데스는 규정에 따라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박건우가 안면 보호대가 달린 검투사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면 공이 얼굴을 그대로 때릴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프로야구에 ‘헤드샷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올해 직구 헤드샷으로 인한 퇴장은 벌써 예년 수치에 가깝게 도달했다. 선수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팀의 전력 손실로도 이어지는 탓에 현장에서도 날 선 반응이 나온다.

19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 시즌 현재까지 직구 헤드샷에 따른 투수 퇴장은 6차례 발생했다. KBO리그는 투수가 직구를 던져 타자의 머리를 맞히면 즉각 퇴장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변화구의 경우 두 차례 머리를 맞히면 퇴장된다.

헤드샷 퇴장은 지난해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로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6월 이후부터 총 8번 발생했는데, 올해는 이미 6차례나 나왔다.

전문가들은 투수들이 지난해부터 도입된 자동 투구판정시스템(ABS)에 적응하면서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 게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장성호 KBSN 해설위원은 “투수들이 타자가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ABS의 가장자리로 승부를 많이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ABS가 기본적으로 높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잘 잡아주면서 ‘하이볼’ 시대가 열린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허도환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올해 스트라이크존 상·하단이 0.6%p씩 소폭 하향 조정됐으나 ABS 도입 전보다는 하이 패스트볼을 잘 잡아준다”며 “높은 존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공이 많이 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로 강속구가 거론된다. 최근 리그에선 변화구를 무기로 삼은 기교파보다 150㎞ 이상의 직구를 즐겨 쓰는 ‘파이어볼러’들이 득세하고 있다. KBO에 따르면 전날 기준 리그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5.7㎞다. 지난해(143.5㎞)보다 시속 2㎞ 이상 증가했다. 빠른 공을 던지려는 과정에서 힘이 많이 들어가 공이 손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헤드샷을 당한 선수는 부상 후유증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기도 한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전민재는 지난 4월 29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눈 부위를 맞아 안구 내 출혈이 발생했다. 이후 보름 넘게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7일 경기 때는 선발로 출전했으나 눈에 불편함을 느껴 경기 도중 교체됐다. 시즌 초 4할 이상의 고타율을 찍었던 그는 이달 들어 타율 0.167로 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 특정 구단에 헤드샷 피해가 집중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올 시즌 직구 헤드샷 피해가 발생한 구단은 NC(3회)와 롯데(2회), KIA(1회)로 집중됐다. 이에 사령탑과 선수단은 한층 예민해진 상황이다. 지난달 29일에는 삼성 라이온즈 선발 최원태가 던진 공이 롯데 전준우의 머리와 가까운 곳으로 향하면서 순식간에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