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의 무력 충돌 여파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 상황이 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대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중동 정세 불안이 해당 지역 국가들에 대한 한국의 수출 회복세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19일 발간한 ‘이스라엘·이란 사태에 따른 중동 주요국 수출 비즈니스 현황’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가 유가, 수출, 한국 기업들의 대(對) 중동 프로젝트 등 다방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의 경우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전까지 두바이유 원유 가격과 북해산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모두 배럴당 70달러를 밑돌았지만, 13일 양측의 충돌 이후 일제히 세 가격 지표 모두 올라 현재는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했다.
보고서는 “양측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 12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됐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이스라엘 이란 충돌 과정에서 산유시설 공격이나 해상교통 교란이 발생하면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이란에 인접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유조선 2대가 충돌하는 사고도 있었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증산 여력이 있고 미국의 전략유 방출 등이 이뤄지면 유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길어지면 수출도 타격을 받는다. 올해 1~5월 이스라엘과 이란 수출은 각각 전년 대비 53%, 9.1% 늘었다. 주변국인 요르단(25.9%), 레바논(16.7%)도 상승했고, 시리아의 경우 무려 1396.3% 급증했다. 그런데 이런 상승세가 이스라엘·이란 충돌이란 암초를 만난 것이다. 에너지 시설 타격에 따른 비용 상승,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국의 방위비 증가로 기존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 지연·취소 가능성도 있다.
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 석유화학 업계나 중동 등 해외사업 수주가 시급한 건설업계 등은 중동 정세 불안이 길어질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 방위산업 등은 중동의 전운 고조가 오히려 수출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사우디와 이라크 등이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 ‘천궁-Ⅱ’(M-SAM2)을 도입했다.
LIG넥스원, 풍산 등 방산업체들 주가도 최근 연일 상승세를 보였다.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UAE 등 인근국을 통한 우회 수출이나 구호물자 수요가 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