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통적으로 남북 관계가 아주 어려울 때 그것을 돌파하는데 저희에게 일정한 임무가 있다”며 국정원장으로 임명되면 남북 관계 개선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대북관 등을 두고 언쟁을 벌이다 고성을 지르며 충돌했다.
이 후보자는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상태에서 국정원의 역할에 대한 질의에 “남북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대화를 트는 데 국정원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후보자는 본인이 남북 관계에 중심을 두고 외교·안보 노선을 설정하는 ‘자주파’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주파도, 동맹파도 아닌 그냥 실익을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교·안보 노선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많이들 쓰고 있다”며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게 하면서도 우리는 통상 국가이기 때문에 이 풀 저 풀 다 뜯어먹고 살아야지 한쪽만 뜯어먹고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대북관을 문제 삼았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성향이 너무 친북적이라는 말을 여기저기에서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후보자는 2016년 언론 기고문에서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실효성이 극히 의심되고 막대한 국익 손실을 초래할 수 있어 철회돼야 한다”고 비판했고, 2019년 한 토론회에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에 대해 “파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송 원내대표는 “후보자가 국정원을 이끄는 수장이 됐을 때 과연 대한민국을 지키는 기관으로 기능할지 아니면 북한의 대남 연락사무소 기관으로 전락할지 걱정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즉각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김영진 의원은 “한 나라의 국정원장 후보자를 폄훼하고 대남 연락소장으로 지칭하는 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윤석열 내란수괴 보호 연락소장, 이렇게 부르면 좋아하지 않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의 사과 요구를 송 원내대표가 거부하자 양당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정부 초기 국정원 1급 전원 해고 및 2, 3급 200여명 대기발령 같은 ‘보복성 인사’가 재연되면 안 된다는 박지원 의원 당부에는 “그런 일 없을 것”이라며 “명심하겠다”고 답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국정원이 국정원법상 내란·외환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국정원이 내란·외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나름의 권한을 갖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 후보자에게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으면 20일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했다.
이형민 성윤수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