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하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2% 포인트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와 수도권 집값 상승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지난 17~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4.25~4.50%로 유지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00% 포인트 내렸던 연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지난 1월부터는 4회 연속으로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번 FOMC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초래한 불확실성을 ‘관망세 유지’의 근거로 삼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불확실성이 4월 정점을 찍은 다음 완화됐다”면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더 관망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연준은 경제전망예측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앞서와 동일한 3.9%로 유지했다. 다만 올해 안에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위원의 숫자는 지난 3월 4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내년도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예측치 역시 2회에서 1회로 줄었다.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인하한 한국은 미국과 금리 격차를 2.00% 포인트로 유지하게 됐다. 가계대출 증가세와 수도권 집값 급등으로 고심 중인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 동결을 고려할 유인이 더욱 커졌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경우 1300원대로 내려간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를 우려도 있다. 국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는 다음 달 10일 열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물가 설명회에서 이미 다음 달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경기를 보고 금리를 결정하겠지만, 과도하게 유동성을 공급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증폭시키는 잘못을 범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침체된 국내 경기를 감안하면 금리 인하를 계속 미뤄둘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5%에서 0.8%까지 내려 잡았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반영하더라도 올해 성장률은 1% 안팎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