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경계 허물고 서로에 열광

입력 2025-06-19 18:43 수정 2025-06-19 18:44

한국과 일본의 민간 교류는 수십년간 반목했던 정치·외교·과거사로 둘러싸였던 경계를 허물고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K팝은 일본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일본의 선진 관광인프라는 한국 관광객을 매료시켰다.

19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1~4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322만7000명으로,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1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도 약 104만명으로 중국(156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양국은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이달 한 달 동안 한국의 김포·김해 공항과 일본의 하네다·후쿠오카 공항에 상대 국민 전용 입국심사대를 시범운영 중이다. 입국 절차가 간소화된 만큼 방문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게 ‘가성비 여행지’로 통한다. 비행거리가 짧을 뿐 아니라 관광·쇼핑 콘텐츠가 다양하고 점차 지방 여행 노선 등이 확장되고 있어서다. 인천과 도쿄 나리타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이 증편됐고, 지난달에는 충북 청주와 이바라키공항, 오비히로공항을 잇는 항공편이 신설됐다.

대중문화는 심리적 거리감을 더욱 좁히고 있다. 직장인 박현아(29)씨는 지난달 한국 가수 김재중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에 방문했다. 한국인이 한국 가수의 공연을 보러 일본을 찾는 건 생경한 모습이지만 박씨는 “일본 방문은 국내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친숙하다. 이웃 도시를 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와세다대 3학년에 재학 중인 하시모토 고헤이(22)씨는 “한국 가수 공연을 간다든지 좋아하는 한국 아이돌 얘기를 하는 친구들이 꽤 많다”고 했다.

한국 K팝과 일본 J팝의 교류는 기록적으로 늘어났다. 방탄소년단(BTS)과 트와이스 등으로 대표되는 3세대 아이돌 그룹은 일본에서 각종 차트 정상을 꿰차고 있다. J팝 싱어송라이터 후지이카제는 지난해 내한 콘서트 당시 2만석 규모의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전석 매진시켰다. 음악뿐만 아니라 양국 드라마, 영화도 서로의 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일본 도쿄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요코야마 마오(19)씨는 한국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보며 한국에 푹 빠졌다고 했다. 그는 “한류 때문에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면서 혐한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과거사의 눈으로 일본을 바라봤던 우리 국민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며 “문화나 경제·안보 등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자연스레 인식이 교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도쿄=김영선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