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물류비 압박 고조… 가전업계 ‘빨간불’

입력 2025-06-20 00:56

중동 리스크의 유탄이 국내 가전 업계로까지 향하고 있다. 해상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은 유가와 해상 운임 상승으로 각종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하반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까지 맞물리면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가전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6.70달러를 기록했다. 전장 대비 0.3% 소폭 올랐으나 이틀 전 대비 4.73%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 역시 배럴당 75.14달러로 전장보다 0.4% 상승했고, 이틀 전 대비 4.28% 올랐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당분간 원유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에 대한 중동 지역 의존율이 71.9%에 달해 국내 기업들의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어 해상운임 급등 가능성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11%, 해상 원유 수출의 34%가 통과하는 길로, 중동 원유 수출의 ‘목줄’로 불린다.

TV, 세탁기, 냉장고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을 해상으로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물류비 상승 압박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 있다. 가전제품은 부피가 크고 무거워 항공 운송이 어렵고, 해상 운송 외에 대안이 없다.

물류비 상승은 하반기 실적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물류비로 각각 2조9602억원, 3조1110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71.9%와 16.7% 증가한 수치로 영업이익 감소의 주된 요인이 됐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물류비 상승에 따른 비용 지출로 해당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7% 감소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이스라엘·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제품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전 업계에서 가격 인상은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직결되는 문제라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 단행으로 전쟁이 단기간에 종료될 경우 리스크가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물류 계약은 연초에 최소 1년 단위로 체결해 수출 기업과 선사 모두 위험을 헷징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새 계약 체결 전에 전쟁이 끝나면 물류비 부담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