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책 없이’ 경찰국 폐지 방안을 보고했다가 질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폐지한 뒤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며 격노했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행안부는 18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정치행정분과 업무보고에서 ‘경찰국 폐지 및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을 보고했다. 경찰국은 2022년 윤석열정부 행안부 산하에 설치됐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 조직 전반 인사를 관장토록 하는 핵심 조직으로, 경찰 장악의 전진기지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경찰국을 폐지하고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행안부는 경찰국을 폐지하겠다는 취지 외에 이 대통령 공약에 따른 후속 조치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한 전문위원은 보고가 끝나자마자 “경찰국 폐지는 당연한 거고, 그다음 대안은 왜 준비하지 않았느냐”며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질책했고, 행안부 관계자는 “지적 사항을 보완해 다음 보고를 준비하겠다”며 진땀 답변했다.
같은 날 행안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국방부, 국민권익위 업무보고에서도 질책이 쏟아졌다고 한다. 국정기획위는 1차 업무보고가 전반적으로 미흡했다며 부실 보고 부처는 전면 재보고를 받겠다고 밝혔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전날 업무보고는 전반적으로 매우 실망스러웠다. 공약 반영도, 새로운 비전도 없었고 구태의연한 과제 나열에 그쳤다”며 “새 정부 5년을 계획하는 문서라 보기엔 부실해 보고를 다시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으로 인한 기간 동안 공직사회가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국정기획위에서는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총 15개 부처 보고가 진행됐다. 산업부 보고에 참석한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산업부는 그간 우리 주력 산업을 지원해 선진국 문턱으로 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치열한 과학기술 경쟁에 직면했다”며 “첨단 기술이 주도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진짜 성장’이 필요하므로 공약 이행을 위한 계획을 꼼꼼히 세워 새로운 성장의 역사를 써 달라”고 당부했다.
국정기획위는 20일 마지막 1차 업무보고를 마무리한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 국정기획위 사무실에서 법무부, 검찰청, 경찰청 업무보고를 받고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문제 등을 논의한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