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여행 오세요”… 제주도, ‘바가지 물가 잡기’ 총력전

입력 2025-06-23 02:18
제주시 협재해수욕장에 18일 피서용품 가격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가격은 제주도 내 모든 지정해수욕장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제주도가 가성비 높은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한 체질 개선을 시작했다. 바가지 요금, 민원, 불편사항 등을 해결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3월 월간정책회의에서 “고물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가 준비하는 다양한 관광 진흥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고비용 이미지 개선을 위한 실질적 성과 도출을 지시했다.

만족도 높은 여행 핵심 ‘적정 가격’

제주도가 올해 관광 정책에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공정가격으로 제주 여행의 가성비를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주요 관광지에서 바가지 요금 논란이 없도록 가격 책정과 민원 예방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손질한 것은 해수욕장 시설 이용료다. 제주에는 12개 지정해수욕장이 있다. 해수욕장 시설 이용료는 마을·청년회가 결정한다. 해수욕장마다 금액과 사용 규정이 달라 민원이 많았다. 제주도는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마을회 관계자들을 만나 시설 이용료를 기존의 절반으로 낮추고 요금을 통일하기로 합의했다. 올여름 도내 전체 지정해수욕장의 시설 이용료는 파라솔 2만원, 평상은 3만원으로 확정됐다.

축제장 음식값 논란에 대한 대안도 찾았다. 지난봄 벚꽃 축제장에서 순대볶음 가격 논란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축제장 음식값은 판매 측과 축제 주최단체가 사전 협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했다. 음식 부실 논란은 방문객이 요리 사진을 참고해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견본 이미지와 모형을 음식점 입구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줄여 나가기로 했다. 또 대규모 축제장에는 관광불편신고센터를 설치해 민원이 발생하면 축제 기간 중에라도 즉각 대응하기로 했다.

할인받고 돌려받고… 비용 낮추자

위와 아래 사진은 야자매트 교체 작업 등 개장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이호테우해수욕장의 모습.

제주도는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소비 촉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역화폐 탐나는전을 이용하면 이용액의 15%를 돌려받아 다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연매출액 10억원 이상의 대형 점포를 제외한 모든 가맹점에 적용된다. 당초 제주도는 4~6월까지만 15% 캐시백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으나, 경기 회복을 위해 7월 이후에도 현재 비율을 소폭 조정하는 범위에서 포인트 적립을 계속할 전망이다.

여행 전 미리 탐나는전 실물 카드 발급을 신청해 사용하거나, 미리 신청을 못 했다면 제주 도착 후 농·축협이나 제주은행 영업점을 찾아 현장에서 발급받으면 된다. 이르면 9월부터는 실물 카드 없이 모바일 앱을 활용해 탐나는전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단체관광객에게는 1인당 3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한다. 여행사가 모객한 일반단체나 수학여행단, 뱃길단체, 협약 자매 결연단체 등은 20명, 그 외 일반 동창회·동문회·동호회·스포츠 단체 등은 15명 이상일 경우 받을 수 있다. 제주 방문 7일 전까지 제주여행 공공 플랫폼 ‘탐나오’에 회원가입한 뒤 사전 신청하면 항공권 확인을 거쳐 공항·항만 종합관광안내센터에서 현장 지급한다. 기간은 예산 소진 시까지다. 11월 말까지 지급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를 빌리면 2만원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렌터카 계약서를 제주관광공사 중문면세점 안내 코너에 보여주면 지역화폐 2만원 상품권이나 중문면세점 2만원 이용권 중 하나를 제공한다. 전국의 모든 군 장병은 제주도와 협약을 맺은 도내 7개 렌터카 업체에서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도내 착한가격업소 중 음식업종 254곳에서 네이버페이 포인트나 머니로 1만원 이상 결제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 2000원을 적립해 주는 행사도 연말까지 진행된다. 착한가격업소는 제주도청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안전한 여행이 가장 중요

여름 휴가철을 목전에 두고 제주 전역이 손님맞이로 바쁜 모양새다. 18일 찾은 이호테우해수욕장에선 30도에 가까운 뜨거운 날씨 속에 계절음식점과 해수풀장 개장을 위한 전기 배선 작업을 하고 있었다. 파라솔은 선을 맞춰 모두 자리를 잡았다.

해수욕장 개장은 24일부터 시작된다. 협재·이호·함덕 등 10곳이 먼저 문을 열고, 서귀포 신양해수욕장은 26일, 중문해수욕장은 30일 개장한다. 해수욕장 규모에 따라 10~20명의 119시민수상구조대가 배치돼 피서객의 안전을 책임진다. 올해는 무더위로 물놀이 수요가 늘면서 지난 17일부터 전체 해수욕장에 안전관리요원을 일부 조기 배치했다. 판포·월령·용담 포구 등 도내 물놀이 장소에 대한 현장 안전 점검도 지난달 일찌감치 마쳤다.

제주 자치경찰은 지난 10일부터 해안로 전 구간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 촬영지인 제주시 하도리 해안과 ‘웰컴투 삼달리’ 촬영지인 오조포구 등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소개된 18곳을 중심으로 시설물 노후, 보행로 침하·균열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아울러 가족 단위 관광객을 대상으로 숙소 사전점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7~8월 중 1일 이상 숙소를 예약한 3인 이상 가족단위 관광객이 이달 중 점검을 요청하면, 이용일 7일 전까지 점검하고 결과를 안내한다. 제주도 자치경찰단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다.

김희찬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관광객 만족이 제주 관광의 경쟁력이 된다는 생각으로 가성비 관광, 친절한 관광, 안전한 관광을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고질적인 해수욕장 바가지 요금 논란이 대폭 줄어 피서객들이 더 즐거운 휴가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