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국내 두번째 데이터센터 가동… 안방 내주는 韓업계

입력 2025-06-20 00:59
윤용준 알리바바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한국 총괄 지사장이 1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2데이터센터 가동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제공

중국 알리바바 그룹 계열인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국내에서 두 번째 데이터센터 가동에 들어간다. 인공지능(AI) 생태계가 완전히 구축되기 전에 한국 시장 공략을 위반 포석을 미리 깔아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빅테크의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 중국 업체까지 추가 확장에 나서면서 국내 AI 산업 기반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1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달 말까지 한국에 제2데이터센터를 공식 가동한다고 밝혔다. 2022년 3월 국내 첫 데이터센터 설립 이후 3년 만에 이뤄진 투자다. 텐센트 클라우드, 차이나텔레콤 등에 이어 중국 클라우드 거점이 한 곳 더 생기는 것이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생성형 AI 서비스 도입 기대에 따른 한국 AI 인프라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는 인터넷에 연결된 가상의 저장공간과 컴퓨팅 자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이용자나 기업이 일일이 하드드라이브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자료를 저장해야 했지만 클라우드는 이런 비효율을 크게 줄여준다. 특히 AI 연구·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클라우드를 통해 공급한다는 점에서 AI 시대의 필수 기반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한국의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점이다. 시너지리서치그룹이 집계한 지난해 말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미국의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 구글 클라우드의 점유율이 각각 30%, 21%, 12%로 전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도 10위권에 알리바바 클라우드(4%)와 텐센트 클라우드(2%)를 올려놨지만, 한국 기업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가격과 보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강조했다. 윤용준 알리바바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한국 총괄 지사장은 “알리바바가 중국 클라우드 업체라는 이유로 확인되지 않은 여러 선입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글로벌 사업자로서 보안과 규제 준수를 가장 높은 순위에 두고 투자해왔다. 한국 데이터는 해외로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과 관련해서도 “신규 고객에게 가격 혜택 측면에서 특별한 프로모션 준비하고 있다”며 공격적인 영업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아마존웹서비스와 구글 클라우드도 각각 SK그룹, LG그룹과 손잡고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토종 기업이 안방 시장을 내주고 해외 기업의 협력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적인 AI 연구·개발(R&D)에 비해 클라우드에 대한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었다”며 “국내 AI 산업이 해외 클라우드 업계에 종속되는 일이 없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