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냉소적인 시대, 소통에 대하여

입력 2025-06-23 03:06

현대인의 심리 상태와 관련해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냉소적이라는 겁니다. 냉소적인 태도가 현대인의 마음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냉소주의는 나의 유익과 현재의 삶을 제외하고 타인에 대한 기대와 종교·사회적인 이상 자체를 거부하는 무관심한 태도를 말합니다.

우리는 욥기에서 냉소적인 한 사람을 만납니다. 부유하게 살고 있던 욥에게 갑자기 환란이 닥쳐서 자녀들이 죽고 모든 재산이 사라졌으며 몸이 썩어가는 악성 피부병까지 걸려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고통으로 인해 욥은 지옥에 떨어진 것처럼 삶에 희망이 사라지고 인생을 포기하고 싶다고 고백합니다.(욥 7:6~9, 15~16, 21)

욥이 당한 고난을 보고 4명의 친구가 찾아와 “네가 하나님께 죄를 지었기 때문에 환란을 당한 것이니 회개하라. 하나님이 너를 성숙시키기 위해 연단하시는 것”이라고 충고합니다. 친구들의 섣부른 판단과 조언에 화가 난 욥은 냉소적이 돼 마음 문을 닫아버립니다.

주변에 간혹 냉소적인 사람을 보게 되는데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도와주고 싶어도 관심 자체를 거부합니다. 그들에게 “세상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으니 뭐라도 해라. 하나님이 너를 위한 계획을 갖고 계신다”와 같은 조언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차가운 비웃음의 말로 돌아올 뿐입니다.

그들이 그런 상태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충고를 듣고 힘에 부치는 노력과 실패를 경험했겠습니까. 그런다고 황폐해진 삶이 회복될 희망도 보이지 않고 수 없는 위로와 조언이 그들에겐 기억하기 싫은 고통을 떠올리는 또 하나의 희망 고문이 돼 버렸습니다.

욥의 친구들처럼 우리 또한 고통받는 사람에게 어설프게 조언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욥기를 보면 이유를 모르는 욥의 고통에 대해 당사자 욥의 말은 30% 분량이고 친구들의 평가와 조언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정작 하나님은 욥이 인생을 포기하고 하나님의 존재마저 거부하는 상황에도 어떤 조언이나 코치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단지 가만히 듣고 계셨단 걸 성경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하나님은 욥에게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보여 주시고(욥 38~41장) 친구들에게 섣부른 충고가 잘못된 방식이며 욥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하셨습니다.(욥 42:7~8) 그로 인해 냉소적이었던 욥의 문제가 회복됩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중요한 진리를 반복적으로 말씀하시지만 인간이 죄를 범하고 답을 몰라 방황하며 냉소적일 때는 말씀이 많지 않습니다. 채찍을 빨리 들기보다 연약하고 냉소적인 마음에 공감하면서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 주십니다.(요 8:2~11) 그런 면에서 듣는 것이 최고의 치유요 능력입니다.

여기 교훈이 있습니다. 이 시대 크리스천과 교회가 회복해야 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답을 제시하려는 부담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대신 고통의 탄식과 답이 없는 넋두리, 냉소적이고 우울한 마음을 끝까지 잘 들어주는 ‘들음의 영성’을 가정과 교회, 사회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송창근 목사(블루라이트 강남교회)

◇블루라이트 강남교회는 서울 서초구에서 MZ세대와 싱글, 젊은 부부, 유학생을 중심으로 사역하는 선교적 교회입니다. 담임 송창근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과 주안대학원대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고 ‘세뛰새(세대 이념 지역을 뛰어넘는 새로운 플랫폼)’ 코리아 대표와 미국 미드웨스턴신학교 한국 지역 디렉터 및 교수로 사역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