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지도자들은 주변국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뜻을 전달하려고 많은 공을 들인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2023년 캐나다 의회 연설 때 “우린 하나의 심장으로 뛰는 두 나라다. 이웃이 아닌 가족이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8년 “우린 독일과 하나의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하자 양국이 과거 적대국의 앙금을 완전히 털고 운명 공동체의 길을 걷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반도 주변에서도 그런 찬사가 자주 나온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3년 “중국과 한국은 이사할 수 없는 이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북·중은 하늘이 내려준 관계”라고 표현했다. 중·러 정상은 2022년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끝이 없는 우의, 금지선 없는 협력, 금지구역 없는 파트너십 관계”라고 천명했다.
한·미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미는 혈맹이자 동맹 중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한·미는 혈맹이며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말했다. 미 대통령들도 “한국은 철통(ironclad) 같은 동맹”(바이든), “한·미는 아시아 안보의 린치핀(핵심축)”(버락 오바마)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한·일은 서로에 대한 표현이 너무 인색했다. 사이가 안 좋을 땐 ‘가치 공유 파트너’ ‘가까운 이웃국가’라고 불렀고, 사이가 좋아도 ‘가치 공유 핵심 파트너’ ‘가장 중요한 이웃국가’ 정도로 규정했다. 일본이 아세안 국가들을 ‘운명을 함께하는 파트너’로 지칭하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냉랭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회담할 때 “한·일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규정해 눈길을 끌었다. 이시바 총리도 “국교정상화 60주년은 양국에 대단히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화답했다. 여전히 밋밋해 보이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더 화기애애해진 표현이다. 두 정상이 앞으로 셔틀외교를 추진한다니 첫 셔틀외교 땐 주변국들이 시샘할 만한 돈독한 표현들이 잔뜩 쏟아지길 기대한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