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기독교, 탈교회화 시대를 넘어 탈진리의 시대로 나아가는 요즘이다. 기독교가 쓸모없는 구식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부정하기 힘들다. 기독 출판인으로서 요즘 시대에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평신도인 내게 팀 켈러 목사는 전쟁통 같은 삶에서 앞만 보고 질주하던 나를 멈추게 한 분이다. 인공지능(AI)이 급속도로 세력을 넓혀가는 시대, 지금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그의 시원한 답을 다시 듣고 싶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발견하고 출간을 결심했다.
책은 저자가 팀 켈러 목사의 설교 인터뷰 기사 소논문 등의 자료를 조사해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한 부분만을 모아 한 권으로 정리한 것이다. 켈러 목사의 메시지를 평신도 눈높이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담아냈다.
이중 특히 ‘복음은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를 바꾼다’는 네 번째 주제, 우정에 관한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켈러 목사는 ‘우정은 의도적인 사랑’이라는 고대인의 정의를 가져와 의도적으로 힘을 내 사랑하는 것이 우정임을 밝힌다. 의도적인 사랑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저자의 인터뷰를 접하며 그 의문이 조금 풀렸다. 그는 해당 인터뷰에서 책을 집필하던 중 우연히 켈러 목사의 첫 회심자인 그레이엄 하웰을 만난 일을 소개한다.
하웰은 내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켈러 목사의 책에 여러 번 언급된 이름이기도 하고, 2년 전 뉴욕 세인트패트릭성당에서 열린 팀 켈러 목사 추모예배에서 그가 추모사를 했기 때문이다. 켈러 목사가 말한 ‘우정의 진면목’을 확인한 순간이다. ‘팀 켈러 목사는 첫 사역지 회심자였던 하웰을 자신의 마지막 순간까지 소중한 친구로 여겼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우정은 의도적으로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한 영혼에게 손을 뻗는 것임을 마음에 새긴다.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는 강해설교를, CS 루이스는 상상력을, 켈러 목사는 이 시대를 품는 복음의 상황화를 우리에게 유산으로 남겼다. 팀 켈러를 그리워하는 이들뿐 아니라 아직 그를 접해 보지 못한 이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특히 나처럼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영적으로 허기진 이들에게 책은 건강하면서 맛도 있는 한 그릇 요리 같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