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배터리 업계, 잇단 기업공개로 해외 확장 ‘실탄’ 확보

입력 2025-06-19 00:23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넓히고, 차세대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행보다. 국내 업계에선 중국과의 시장 점유율과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배터리 업체인 이브 에너지는 최근 홍콩 증권거래소에 IPO 추진 계획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IPO 규모나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이브 에너지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5%의 점유율을 확보한 업체다. 순위는 CATL, 비야디(BYD), LG에너지솔루션, CALB에 이은 5위다.

이브 에너지가 홍콩 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건 해외 시장 확장과 기술 투자를 위한 ‘실탄 확보’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최근 선전거래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사회가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을 승인했다”며 “이번 상장을 통해 회사의 자본력이 강화되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은 정부 보조금 축소와 업체 난립, 가격 경쟁 과열 등으로 출혈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세계 1위 전기차업체인 BYD를 비롯해 샤오펑, 체리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두 자릿수 할인율을 적용하는 ‘깎아주기 전쟁’을 벌이며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성이 급감했다. 웨이젠쥔 창청자동차 회장은 “중국 자동차 산업에는 과거 무리한 확장 끝에 파산한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 같은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자국 시장에서 싸우기 보다 신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IPO는 이를 위한 자금 조달 창구인 셈이다. 업계 1위인 CATL이 대표적이다. CATL은 최근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서 약 52억 달러(약 7조원)를 끌어모았다. 회사는 이 자금을 유럽 헝가리 공장 등 해외 생산 거점 확대와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중국 업체들의 행보는 경쟁자인 국내 업계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도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 중국 측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IPO로 확보한 자금을 R&D와 해외 공장 증설에 집중, 고속 충전·나트륨 이온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투자할 것”이라며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선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 생산 활성화를 위한 세액공제 제도 신설, 배터리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한 국가 R&D 투자 확대 등이 거론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