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클럽월드컵 승리를 거두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울산 HD가 세계의 높은 벽 앞에 무릎 꿇었다. 16강 진출을 꿈꿨던 울산의 앞길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1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인터앤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에 0대 1로 졌다. 울산은 조에서 유일하게 승점을 따지 못하며 최하위에 자리했다.
그나마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던 마멜로디에 패하면서, 울산으로선 앞선 두 차례 대회에서 전패했던 악몽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울산의 다음 상대인 플루미넨시(브라질)와 도르트문트(독일)는 이날 0대 0으로 강호다운 치열한 대결을 벌였다.
위기는 킥오프 20초 만에 찾아왔다. 마멜로디의 빠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슈팅을 내줬다. 다행히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울산은 경기 내내 공 점유율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전에는 공격에 힘을 주며 만회골을 노렸지만 결국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울산은 이날 두 차례 실점이 취소되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스리백으로 전술 변화를 준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기대했던 승리와 승점을 얻지 못해 아쉽지만 준비했던 전술은 어느 정도 잘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팀 전체적으로 조직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좋아진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는 갑작스레 낙뢰 위험성이 감지되면서 1시간 넘게 지연됐다. 킥오프를 기다리던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돌아가 대기해야 했다. 골키퍼 조현우는 “선수들의 집중력이 완전히 올라간 상태에서 (라커룸에) 들어갔다.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FIFA는 이날 기준, 대회 입장권 판매가 150만장에 육박했다고 발표했으나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날 2만5500석 규모의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3412명에 불과했다. 두 팀 모두 ‘무명 클럽’으로 불리는 걸 고려하더라도 적은 수준이다. 전날 첼시(잉글랜드)와 LAFC(미국) 간 경기도 관중석 7만1000석 중 5만석 가량이 비어 천으로 빈 좌석을 가려야 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