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우려 커지는 장마철 ‘통신 재난’

입력 2025-06-19 00:16

이동통신 업계가 장마철을 앞두고 재난 상황 대비에 분주하다. 예년보다 이르고 긴 ‘극한 장마’가 예상되면서 통신 재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상기후 탓에 강수량과 집중호우 빈도 등을 예측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침수 등으로 통신 장애가 발생하면 재난 문자를 받지 못하거나 위급 상황을 제때 전달하지 못해 더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다.

재난으로 회선이나 기지국이 피해를 입어 통신이 두절되는 사례는 꾸준히 발생해 왔다. 2023년 7월 25명이 숨진 경북 지역 집중 호우 때는 192개 기지국에 통신 장애가 발생했고, 2022년 태풍 힌남노 상륙 당시에는 유선 12만개 회선과 5847개 기지국·중계기가 피해를 봤다. 지난 3월 대형 산불이 영남 지역을 덮쳤을 때도 2901개에 이르는 기지국이 피해를 입었다.

통신 3사는 선제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SK텔레콤은 본사 상황실을 운영하며 강우 피해를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과거 침수가 여러 번 발생한 지역은 더욱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KT는 전국 2만여개 주요 통신시설에 대한 종합 안전점검을 마쳤다. 정전 사태에 대비해 전국에 긴급 복구 장비를 배치하고, 재난 발생 시 24시간 종합상황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서울 마곡 사옥에 통합관제센터를 두고 기상 상황에 대응할 예정이다. 고지대 시설물 점검과 비상발전기 시험 가동도 마쳤다.

정부는 특정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규모 장애가 발생할 경우 다른 사업자의 무선통신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재난로밍’을 운영한다. 지난 3월 산불로 울진군 전체에서 2시간가량 SK텔레콤 서비스가 중단됐을 때 첫 재난로밍 명령이 발동됐었다. 이후 해당 지역 SK텔레콤 이용자들은 KT 로밍망을 통해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폭우와 태풍의 경우 다른 재난에 비해 비교적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예방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인 문현철 호남대 교수는 18일 “통신 당국과 기업 등이 재난을 사전에 막을 수 있게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고, 개인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디지털과 아날로그 장비를 둘 다 구비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라디오나 양초, 건전지 등을 구비하지 않았다가 실제 재난 상황을 맞았을 때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휴대폰 배터리와 보조배터리는 꼭 미리 충전해두고, 통신이 두절되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