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핵개발 임박”- 미 “아직 아냐” 평가 달랐다

입력 2025-06-18 18:52
사진=AFP연합뉴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수준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 당국의 평가가 서로 상반됐던 정황이 드러났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새로운 핵무기 개발 연구와 실험에 돌입했다는 판단을 내린 반면, 미국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은 대공습 수일 전 이란의 ‘다중 점화’ 기폭장치 실험 재개 사실과 1~2주 내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할 것이라는 정보를 포착해 미국에 알렸다”고 보도했다.

다중 점화 기폭장치는 고성능 폭약이 동시에 격발돼 핵물질이 빠른 속도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도록 만드는 장치로, 핵무기 제조의 핵심 기술이다. 이를 확보해 고농축 우라늄만 더해지면 곧바로 핵폭탄 제조가 가능해진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공습 사흘 뒤인 지난 1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과 공유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명확했다”며 “이란은 몇 달 내 초기 (핵무기) 장치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었고 확실히 1년 내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 정보 당국의 평가는 달랐다. 이스라엘이 전달한 정보를 종합한 결과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결정했다는 (새로운) 증거는 아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3월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그는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량은 최고 수준이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미국의 판단에도 이란의 핵무기 제조가 임박했다는 자체 정보에 따라 공습 작전을 감행했다. WSJ는 “같은 정보를 두고 이스라엘과 미국의 평가가 상반되면서 이스라엘은 단독 행동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현재 미국은 이스라엘의 정보 판단을 더 신뢰하는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단축하고 귀국하는 전용기 내에서 취재진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얼마나 가까이 왔다고 평가하느냐’고 묻자 “나는 그것이 곧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