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대 가성비 하이브리드… 단단한 ‘아빠차’

입력 2025-06-20 00:06
KGM의 브랜드 첫 하이브리드차인 ‘토레스 하이브리드’의 외관. 펜더는 근육질 남성의 어깨처럼 부풀어 있다. 전면부 그릴에 짧은 세로 라인 6개가 기둥처럼 뻗어 있다. 국자 모양의 주간주행등은 길 잃은 여행자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북두칠성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KG모빌리티(KGM)의 브랜드 첫 하이브리드차인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세제 혜택을 적용했을 때 3140만원(T5 트림)부터 시작한다.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웬만한 자동차 업체는 동력을 하이브리드로 갈아 끼운 뒤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토레스는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 8일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 마포구에서 충남 서산까지 왕복 약 280㎞를 주행했다.

외형은 기존 가솔린 모델과 거의 똑같다. 준중형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이나 스포티지보다 조금 크고, 중형 SUV 쏘렌토보다 조금 작은 느낌이다. 테일게이트(뒷문)에 스페어 타이어 모양의 장식물이 달려 있다. 펜더(바퀴 윗부분)는 근육질 남성의 어깨처럼 부풀어 있다. KGM의 전신인 쌍용자동차의 무쏘와 코란도처럼 강인하고 단단한 인상을 줬다. 전면부 그릴은 짧은 세로 라인 6개가 기둥처럼 뻗어 있다. 이강 KGM 디자인센터장은 이 디자인을 보고 ‘무너지지 않는 성벽’을 떠올렸다고 했다. 트렁크 공간은 넉넉하다. 뒷좌석을 접으면 1510ℓ까지 확장한다.

운전석에 올라탔다. 대시보드가 다른 차량에 비해 낮은 느낌이다. 전면 시야가 탁 트였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니 차체가 엔진 소리를 전혀 내지 않으며 부드럽게 전진했다. 2개의 전기모터를 달았다. 차가 움직이는 동안 하나는 구동에, 다른 하나는 회생 제동(감속시 남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에 사용된다. 엔진(150마력)보다 전기모터(177마력)의 최고출력이 더 높다. 도심 주행에선 거의 전기모터만 작동했다. KGM 관계자는 “도심을 주행할 땐 전기차 모드로 94%까지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진이 깨어나더라도 눈치 채기 힘들었다. 배터리 용량은 1.83㎾h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지금까지 몰아본 하이브리드차 가운데 가장 전기차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중국 BYD(비야디)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택을 갈지 않아서 엔진룸 커버 안쪽에 BYD 로고가 그대로 적혀있었다.

울퉁불퉁한 도로나 과속방지턱을 통가할 때 살짝 출렁거림이 느껴졌다. 서스펜션은 단단하기보다 푹신한 느낌이다. 거슬리진 않았다. 전기모터를 2개나 품고 있는 이 차의 무게(1685㎏)를 고려한 조치 같았다. 진동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댐퍼가 노면 상태나 속도에 따라 유압을 조절해준다고 한다.


12.3인치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배치했다. 여기저기 달려있는 버튼을 디스플레이 안에 넣었다. 공조 기능, 주행 모드, 오토홀드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까지 디스플레이 안에 넣은 건 아쉬웠다.

뛰어난 정숙성을 갖췄다. 시승차량엔 옵션 사항인 20인치 흡음형 타이어가 장착돼 있었다. 엔진룸, 엔진커버, 휠 하우스 등에 흡차음재를 적용했다. 디스플레이에서 ‘후석 취침 모드’를 실행하면 뒷좌석 스피커에선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패밀리 카’의 기능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치고 나가는 느낌은 부족하다. 주행의 재미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듯 했다. 공식 복합연비는 18인치 휠 기준 ℓ당 15.7㎞다. 가솔린 모델보다 41% 향상했다. 딱히 연비주행을 하지 않았는데도 시승 후 최종 연비는 ℓ당 16.6㎞로 공식 연비보다 높았다.

토레스 하이브리드의 주간주행등은 국자 모양이다. 길 잃은 여행자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북두칠성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다만 토레스는 하이브리드 출시 다음 달인 지난 4월 판매량 1170대를 기록했다가 지난달 855대로 감소했다.

글·사진=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