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개발생산(CDMO) 본업 강화와 오가노이드(미니장기) 신사업 확장을 동시에 추진한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맡았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난달 인적분할해 본래 사업인 CDMO에 집중하면서, 임상시험수탁(CRO) 분야로 신사업 확장을 선언했다. ‘투트랙’ 성장으로 글로벌 입지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존림(사진) 삼성바이오 대표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 ‘2025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고객사들이 로직스와 에피스를 동일하게 인식해 이해상충 우려를 제기해온 것이 분할의 계기였다”며 “각사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아 고객 신뢰와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적분할의 당위를 거듭 강조했다.
삼성바이오가 CDMO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CDMO 시장은 지난해 218억 달러(약 30조원)에서 연 15%씩 성장해 2029년 439억 달러(약 60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바이오가 현 시점을 주도권 확보의 기회로 판단한 이유다.
생산능력 확대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추진 중이다. 지난 4월 인천 송도에서 가동을 시작한 제5공장은 세계 최고 생산 능력을 자랑하는 18만ℓ급 대형 설비다. 1~5공장을 합산한 총 생산능력은 78만4000ℓ에 달한다. 2032년까지 8공장으로 증설해 132만4000ℓ로 생산역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는 최근 송도 11공구 부지 입찰에도 단독 참여하며 제3바이오캠퍼스 설립이 가시화됐다.
이날 열린 삼성바이오 신사업 간담회에서는 삼성서울병원과 협업한 CRO 서비스 ‘삼성 오가노이드’가 공개됐다. 고객사가 요청한 암종에 따라 오가노이드를 배양하고, 약물 효능을 5주 내로 평가해 데이터를 제공하는 약물 스크리닝 서비스다. 병리학·유전 정보까지 통합 제공해 차별화를 꾀했다. 삼성바이오는 송도에 위치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전용 생산시설에 오가노이드 전용 연구실을 구축했다. 서비스 제공을 위한 다양한 암종의 오가노이드도 확보한 상태다. 췌장암 유래 오가노이드는 임상 반응과의 일치율이 85%를 넘는다. 협업 파트너인 삼성서울병원은 뉴스위크가 발표한 ‘2025 세계 최고 암병원’ 순위에서 글로벌 3위에 올랐다. 약 450만명의 환자와 190억건 이상의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거점 오피스도 늘려간다. 현재 글로벌 톱20 제약사 중 17곳이 삼성바이오의 고객사다. 항체올리고접합체(AOC), 다중항체,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등 차세대 모달리티 기술을 강화하며 포트폴리오도 확대하고 있다. 실적도 순항 중이다. 올해 6월까지 누적 수주금액 3조355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수주 실적(5조4035억원)의 60% 이상을 달성했다. 창사 이래 누적 수주 총액은 약 187억 달러에 달한다. 존림 대표는 “국제 정세의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연매출 20~25% 성장 가이던스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추가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스턴=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