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 유가 불안 등 ‘삼중고’에 시름하는 석유화학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여당에서 발의됐다. 업계에서는 법 통과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과제로 꼽히는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에 적잖은 보탬이 될 것이란 기대가 감지된다. 하지만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다시 유가가 꿈틀거릴 조짐이 보이면서 하반기 업황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석유화학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특별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반영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석유화학업계의 ‘탈(脫)탄소’ 전환 지원책을 마련하고 특별법을 통해 연구·개발(R&D)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특별법은 석유화학 기업들의 설비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촉진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올해 1분기 롯데케미칼이 1266억원, LG화학(석유화학 부문)이 565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하는 등 석유화학 업황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화학 원료의 기초연료를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 설비 감축 및 통합 등이 과제로 거론된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도 생산설비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물밑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은 우선 기업끼리 설비 가동률 조정이나 생산량 감축 등을 협의할 때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업체 대부분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인 대기업이기 때문에 이 특례로 부담을 다소 덜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각종 세제 지원과 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전기요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을 유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업 재편이 원활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업 재편을 유도할 수 있고 이 경우 석유화학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협조해야 한다’는 조항도 법안에 담겼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18일 “그룹 차원의 의사 결정이 없으면 최고경영자가 사업 재편을 결정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특별법이 통과되면 하반기에 발표될 정부 차원의 석유화학 사업 재편 지원 대책과 함께 ‘가뭄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최근 이스라엘·이란의 무력 충돌 여파로 국제 유가 급등 조짐이 보이는 것은 하반기 실적의 가장 큰 변수다. 업계에서는 “제조원가의 70%에 달하는 유가가 뛰면 실적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28% 오른 74.84달러로,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은 4.40% 상승한 76.45달러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