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신구 ‘대도(大盜)’들이 올 시즌 중반부로 접어든 정규리그에서 본격적으로 발 싸움 경쟁에 나섰다. ‘신형 엔진’으로 떠오른 프로 2년차 정준재(SSG 랜더스)와 ‘람보르미니’ 박해민(LG 트윈스)이 2파전 구도를 형성하며 도루왕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이들은 같은 날 각각 20도루 고지를 밟아 치열한 타이틀 각축전을 예고했다.
SSG는 2025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성공 중인 팀이다. 18일 경기 전까지 팀 도루 69개를 기록하며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SSG 기동력의 중심엔 생애 처음으로 20도루를 돌파한 정준재가 있다.
정준재는 SSG에 입단한 지난해 88경기에 나와 16개의 도루에 성공하며 새로운 대도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전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선 두 번이나 베이스를 훔쳤다. 그는 시즌 20, 21번째 도루를 달성하면서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도루 성공률은 100%다. 21차례 시도한 도루에 모두 성공하는 매서운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준재는 리그 역대 2위에 해당하는 30연속 도루 성공 기록도 달성했다. 지난해 8월 11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단 한 번도 도루에 실패하지 않고 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KT 위즈 코치)의 29연속 도루는 3위로 밀려났다. 이 부문 1위는 현재 31연속 도루를 성공 중인 송성문(키움)이다.
프로 13년차로 베테랑 대열에 합류한 박해민은 녹슬지 않은 훔치기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전날 NC 다이노스전에서 도루 1개를 추가하며 리그 사상 최초의 12시즌 20도루 기록을 세웠다. 정근우(은퇴)의 11시즌 연속 기록을 넘어선 그는 또 하나의 리그 역사를 바꿨다.
박해민은 과거 삼성 라이온즈 시절 리그를 대표하는 대도로 발돋움하며 자신의 가치를 드러냈다. 60도루를 달성한 2015년부터 36도루를 장식한 2018년까지 무려 4년 연속 도루왕 타이틀을 챙겼다. 올 시즌에는 LG 이적 후 처음이자 7년 만의 도루왕 탈환을 노리고 있다.
LG는 2023년 팀 도루 166개(리그 1위), 지난해 171개(2위)를 성공하며 ‘발 야구’의 힘을 보여줬다. 여전히 뛰는 야구를 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올해는 효율성, 부상 위험 등을 고려해 도루 시도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1승이 중요한 시즌 후반 승부처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박해민의 빠른 발을 활용한 도루 작전이 빛을 볼 가능성이 크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