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 회의장을 채운 커플 63쌍의 표정은 긴장과 설렘이 섞여 보였다. 앞으로 1년 이상 함께할 파트너와 하이파이브를 하자는 사회자의 제안에 커플들은 다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엉거주춤 손뼉을 마주쳤다.
이들은 국민일보와 삼성이 공동기획한 ‘희망디딤돌캠페인’의 ‘디딤돌가족’ 3기에 참여하는 멘토·멘티다. 디딤돌가족은 만 34세 미만 자립준비청년들과 삼성 임직원, 교회 성도, 일반인 참가자로 구성된 멘토가 고민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사회적가족’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2023년 멘토·멘티 각각 60명 총 120명으로 시작한 디딤돌가족 참여 인원은 올해 200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어색했던 분위기는 서로의 취향과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는 ‘밸런스 게임’이 시작되자 금세 사라졌다. “방귀랑 통장 둘 다 안 트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은데.” “방귀는 참으면 병나요. 사귀는 사이인데 뭐 어때요.” ‘애인에게 방귀 트기 vs 애인에게 내 통장 잔고 트기’ ‘3일 밤새기 vs 3일 굶기’ 등으로 제시된 난제 앞에서 참가자들이 의견을 주고받느라 회의장은 왁자지껄해졌다.
참가자들은 파트너와의 공통 장점 10개를 찾는 활동도 함께했다. 자립준비청년 A씨는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내 장점을 5개나 찾아내니 자신감이 더 생긴다”며 “멘토도 같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니 친밀감도 더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자립준비청년과 멘토들은 멘토링 과정에서 얻고자 하는 목표와 이를 달성할 방법까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멘토링을 통해 서로 원하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하자는 취지였다. 참가자들은 우선 멘토링 약속을 파트너가 직전에 취소했던 경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아 상처받은 경험을 털어놓으며 서로 존중하는 멘토링의 필요성을 공유했다. 이어 각 디딤돌가족은 ‘취업 준비 전력질주를 위한 건강관리’ ‘멘토링 중 불편한 감정이 생기면 숨기지 않고 표현하기’ 같은 규칙을 세우며 성공적인 멘토링을 다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자립준비청년들은 멘토에게 취업과 직장생활 적응에 대한 조언에 관심이 많았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B씨(28)는 “인턴생활을 하며 나이 차가 큰 영양사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며 “멘토가 다양한 진로를 소개해주고, 직장 내 원만한 소통법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멘토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이날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디딤돌가족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상담·코칭 자격증을 소지하거나 청년 멘토링 경험이 있어야 한다. 지난달 모든 멘토가 사전교육을 이수했으며 멘토링 기간에도 멘토 4명당 전문지도자 1명이 배정돼 원활한 진행을 돕는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김형구 멘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멘토로 참여한다. 그는 “특히 올해는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시작할 수 있어 더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디딤돌가족 일반인 멘토로 참여하는 장재식(39) 멘토는 이날 행사를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 그는 “취업 후에도 이어지는 연락이 멘토 활동을 이어가는 동기가 된다”며 “늘 그렇듯 이번에도 멘토링을 통해 옆에 있어 주는 든든한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