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은 정답 찾는게 아니라 나를 알아가는 여정”

입력 2025-06-18 18:49 수정 2025-06-19 00:13

“태어나 처음으로 면접을 본다며 대여한 옷을 입고 면접관과 지원자로 역할극을 하며 친해진 것이 가장 생각납니다.”

손경임 삼성전자 DX부문 프로는 ‘디딤돌가족’ 1기부터 3기까지 매년 참여한 단골 멘토다. 삼성전자에서 서비스부품 수출과 수요 예측 일을 맡고 있는 그는 바쁜 업무도 중요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도움을 주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는 확신에 멘토를 자청했다. 손 프로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멘티는 항상 바빠서 하루에 한 끼만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거나 그룹홈에 살면서 음식을 한 적이 없어 계란도 삶아 본 적이 없던 친구”라며 “줌(Zoom)에서 실시간으로 첫 계란 삶기 도전을 했는데 딱 알맞은 삶은 계란을 만들어 기뻐하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고 회상했다.

멘토들은 자립준비청년과의 멘토링은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어서 긴장의 연속이라고 입을 모았다. 손 프로는 “자립준비청년이라는 타이틀로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자 어려움”이라며 “서로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으려 노력했다. 친해지는 느낌이 반복되면서 신뢰가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디딤돌가족은 멘티가 ‘나는 이 멘토와 꼭 다시 하고 싶어요’라고 요청하면 재매칭을 해준다. 이병언 삼성전자 DS부문 프로와 그의 멘티가 그런 경우다. 이 프로는 2023년 디딤돌가족에 신청했다가 떨어진 뒤 지난해 1월 코치 전문 자격증을 따서 재도전에 성공한 재수생이다. 연습이 아닌 실전으로 자립준비청년을 코칭하는 게 처음이어서 걱정이 컸지만 오히려 멘티에게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프로의 멘티는 멘토링을 통해 자존감과 책임감을 되찾게 됐다고 한다. 이 프로의 멘티는 “멘토링은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해주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디딤돌가족 참여를 주저하는 전국의 많은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진로, 인간관계, 취업처럼 막연했던 고민이 멘토링을 통해 조금씩 정리됐고, 무엇보다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며 “멘토링은 정답을 찾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더 잘 알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롭게 참여하는 멘티도 뜻깊은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디딤돌가족은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 2기 때는 80명의 멘토가 총 734회 멘토링을 진행했다. 멘토링 참여도는 1기 당시 인당 평균 7.9회에서 9.2회(2기)로 16% 증가했다. 멘토링 방법을 온라인 중심에서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바꾸면서 멘토와 멘티가 만나는 횟수가 늘었고 유대도 깊어졌다. 지난해에는 멘토용 멘토링가이드북을 제공해 멘토 개인 역량으로 10회의 멘토링을 해야 하는 부담을 줄였고 멘토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교육한 게 호평을 받았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