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작가가 전한 고언 “기도, 제대로 하라”

입력 2025-06-20 03:05
‘무릎으로 사는 그리스도인’ 저자는 “하나님은 참된 기도에 언제나 응답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한 소년이 침대에 기대 무릎 꿇고 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오늘 소개할 기독 고전은 무명의 그리스도인이 지은 ‘무릎으로 사는 그리스도인’(The Kneeling Christian)입니다. 이 책은 한동안 저자의 이름 없이 세계적으로 널리 읽혀 ‘무명의 베스트셀러’로 불렸습니다. 저자의 정체는 2006년 미국 헨드릭슨 출판사가 펴낸 이 책의 서문에서 드러납니다. 출판사는 대영도서관 기록 등을 분석해 무명의 그리스도인이 영국성공회 사제 ‘앨버트 어니스트 리처드슨’임을 밝힙니다.

1868년생인 리처드슨은 옥스퍼드대 졸업 후 사제 서품을 받고 아프리카와 인도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습니다. 1921년부터 본격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 작품은 그의 두 번째 저서라고 합니다. 실명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겸손을 강조하려는 저자의 의도’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익명의 저자가 쓴 책임에도 ‘기도 입문서’로 정평이 난 건 성경 등 기독 문헌과 각종 예화를 자유자재로 인용해 기도를 어렵지 않게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그는 책에서 기도의 의미와 ‘참된 기도’를 하는 법, 응답받는 기도 하는 법 등을 다룹니다.

다만 책이 기도에 관한 모든 걸 해설하는 건 아니라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기도는 절대자 하나님과 소통하는 대화 수단으로, 그 신비를 인간이 다 알 수 없습니다. ‘일정 방식으로 기도하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식으로 기도를 이해한다면 하나님은 동화 속 ‘램프의 요정’과 다름이 없겠죠.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가 최근 ‘주말의 명작’ 설교에서 이 책을 “기도에 관한 보편적 질문과 성경에 근거한 질문의 해답이 담긴 책”이라고 소개한 이유입니다.

저자는 가장 먼저 기도의 힘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기독교인의 이율배반적 태도를 지적합니다. “영적인 삶과 기독교 사역이 실패만 거듭하는 데는 기도에 결함이 있거나 기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함 없는 참된 기도란 무엇일까요. 그는 이를 “오직 하나님만 구하는 기도”로 정의합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하나님께 있기 때문”에 “기도할 땐 우리의 심령을 하나님께로 향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올바른 기도 방법으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라고 조언합니다.(요 16:24) 이는 곧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지’란 물음과 직결됩니다.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만 일방적으로 나열하면서 예수의 이름을 걸고 기도하는 건 올바른 기도완 거리가 멀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든 비유가 ‘천국 은행의 합당한 수취인’입니다. 저자는 “부유한 친구가 자신이 서명한 백지수표를 건넨다면 친구의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내 품위를 떨어뜨리는 금액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이 은행장인 천국 은행에서 주님이 준 백지수표를 적을 때 그분을 욕되게 하는 걸 구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기도 응답은 ‘하나님의 방식으로 온다’는 것도 강조합니다. 일례로 저자는 ‘고백록’의 저자 아우구스티누스의 어머니 모니카의 기도를 듭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을 위해 수년간 기도해온 모니카는 가출한 아들의 로마행을 막기 위해 간절히 기도합니다. 결국 아들은 로마로 떠났지만 어머니의 기도는 결국 실현됩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로마서 그리스도인이 됐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어떤 기도를 하든, 하나님은 각자의 최선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위안을 줍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