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포르도

입력 2025-06-19 00:40

이란 북부의 한 작은 마을에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란의 일곱 번째 도시이자 시아파의 성지인 콤(Qom) 인근에 있는 포르도(Fordo)라는 곳인데 여기엔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란의 주요 핵 시설을 폭격했는데 이때 나탄즈와 이스파한의 시설은 상당 부분 파괴됐지만 대부분 지하에 설치된 포르도의 시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2010년대 초반 이스라엘 등의 핵 시설 공습론이 제기됐을 때 이란은 나탄즈에 있던 원심분리기 상당수를 방어가 용이한 포르도로 옮겼다. 포르도에는 몇 주 내에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60% 농도의 우라늄 수백㎏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핵탄두 개발을 우려하는 이스라엘 입장에선 가장 위협적이면서도 공격하기 까다로운 곳이다. 시설이 지하 깊은 곳에 있어 대형 벙커버스터(지하 시설 파괴용 특수 폭탄)로만 파괴할 수 있는데 이스라엘 자체 전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다. 지하 수십m 깊이 시설을 폭격하려면 ‘GBU-57’로 불리는 대형 벙커버스터가 필요한데 이스라엘에는 없다. 하나당 무게가 13t이 넘는 GBU-57은 B-2 스텔스 폭격기로만 운반·투하가 가능해 포르도의 핵 시설을 무력화시키려면 미국의 지원이 필수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귀국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한 이유로 거론되는 게 B-2 스텔스 폭격기와 GBU-57의 이스라엘 지원 여부다. 미군은 지난 2년간 포르도에 벙커버스터를 투하하는 작전을 연습했는데 한 발이 아니라 여러 대의 폭격기가 연속으로 투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확전을 막는 조건으로 핵 역량 포기를 전제로 한 핵 합의를 이란 측에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벙커버스터 지원을 배제하기 어렵다. 포르도가 파괴된다면 확전, 파괴되지 않는다면 합의의 신호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작은 마을 포르도의 운명에 국제 정세의 향방이 달렸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