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먼저” “개혁안 먼저”… 쇄신안 놓고 野투톱 삐걱

입력 2025-06-18 02:00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5년 세계 사막화와 가뭄방지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임상섭 산림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 쇄신 방안으로 띄운 혁신위원회 구상에 대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내놓은 개혁안에 대한 당원 총의를 모으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송 위원장은 혁신위를 원내 기구로 만들자고 제안했다가 의원들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송 원내대표는 17일 첫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신속하고 파격적 쇄신을 위해 혁신위원회 구성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개혁안을 포함해 당내 의견을 두루 수렴한 개혁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핵심은 수도권 민심 복원”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혁신위 구성은) 제 거취가 결정되고 다음 지도부에서 하는 게 맞는다”며 자신의 개혁안에 대한 당원 여론조사를 우선 실시해야 한다고 맞섰다. 혁신위는 당 기구여서 당대표 격인 김 위원장에게 결정권이 있다. 비대위원이 공석인 만큼 김 위원장이 반대하면 출범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그러자 송 원내대표는 재선 의원 간담회에서 ‘혁신위를 원내 기구로 두자’는 취지로 주장했다. 혁신위 구성 여부를 두고 김 위원장과 협의가 불발될 경우, 비대위 의결을 거칠 필요가 없도록 원내에 설치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협의해 당내 기구로 해야 한다”, “원내에서 혁신안을 만들어 새 지도부에 그대로 전달하는 게 말이 되느냐. 속 보이는 일이다” 등 반발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를) 당대표 직속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원내 기구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혁신위원장을 놓고도 이견이 노출됐다. 당 내부에선 수도권 민심에 밝고, 정치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데려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중진 의원은 “당과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원내지도부도 이왕이면 당내에서 찾아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탄핵에 찬성하거나 계엄에 사과한 안철수 의원,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친윤(친윤석열)계 등 당내 구(舊)주류 일각은 혁신위원장의 안정성을 필요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구·경북(TK)의 한 중진 의원은 “우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본인만 옳다며 보수 진영을 다 무너뜨려 놓으면 그게 무슨 쇄신인가”라고 반문했다. 구주류 일부는 탄핵 반대를 주장해 온 장동혁 의원을 위원장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대선 경선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하와이로 출국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귀국했다. 홍 전 시장은 “나는 이미 탈당했다. 그 당하고는 상관없다”며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 정치보복하지 말고 국민통합으로 나라가 안정이 되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