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국 공동주택 5채 중 1채는 지은 지 30년을 초과한 노후주택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후주택 비중은 최근 2년6개월 동안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와 도봉구는 10채 중 6채꼴로 노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은 3채 중 1채가 노후주택이었다. 서울 외곽이나 지방의 노후주택 비중이 계속 높아지면 인구 유출과 지역경제 약화로 지역경쟁력이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의 30년 초과 노후주택은 22%(260만6823가구)로 조사됐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의 지난 6일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022년 12월 1일(12%) 이후 2년6개월 만에 10% 포인트 상승했는데, 지난해 12월 말(18%)과 비교해도 6개월 만에 4% 포인트 올랐다. 확산세가 가파르다.
시·도별로는 대전 노후주택이 35%로 가장 높았다. 1991~94년 준공 물량이 몰렸던 서구 둔산지구(둔산동·월평동 일대) 위주로 노후화가 뚜렷했다. 서울이 29%로 뒤를 이었다. 특히 노원구(64%) 도봉구(60%) 강서구·양천구(44%) 등 서울 외곽지역에 노후주택이 밀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원구는 상계동·중계동, 도봉구는 창동, 강서구는 가양동, 양천구는 신정동에 노후주택이 몰려 있다. ‘한강벨트’에서는 압구정 등 재건축 단지가 있는 강남구(41%)가 노후주택 비중이 높았다. 전남(27%) 전북(26%) 인천(25%) 울산(25%) 등 순으로 이어졌다.
주택 고령화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후주택은 늘어나는데 신축 아파트 등 입주 물량은 줄면서다. 내후년까지 준공 후 30년을 넘는 1996~97년식 아파트는 전국에서 약 80만 가구에 달하지만 2026~2027년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5~2024년 연평균 물량(약 36만 가구)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외곽과 지방의 노후주택 비중 증가는 인구 유출과 지역경제 축소에 따른 경쟁력 저하로 번질 우려가 크다. 하지만 서울 외곽지역과 지방은 수요 기반이 약해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개발 여건이 취약하다.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으로 재건축조합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서울 외곽, 특히 지방은 사업성이 좋지 않아 건설사도 재건축에 뛰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지방 트렌드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 구도심 재건축보다는 신도시”라며 “신도시 신축 집값은 오르고 구도심은 사람도 줄고 집값도 줄면서 슬럼화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책적으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개발 여건이 취약한 지역에 대해 정책 차등화를 검토하고 사업성을 보완하기 위한 행정·재정 지원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