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판매 중단하고 주담대 만기 축소하고… 대출 조이는 은행권

입력 2025-06-18 00:14

최근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격히 불어나자 일부 은행이 일부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주담대 금리도 다른 대출 상품 금리보다 덜 내리는 등 금융 당국의 대출 수요 관리 주문에 응답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30일부터 자동차대출 상품인 ‘우리드림카대출’을 팔지 않기로 했다. 제2 금융권 대비 신용도 하락이 덜해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던 상품이다. 전날 금융감독원이 각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으라는 특명을 내렸는데 이에 응답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SC제일은행도 최장 50년이던 주담대 만기를 18일부터 30년으로 축소한다. 영업점장 전결 우대 금리도 0.25% 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대선 전날인 지난 2일 대환용 대면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9일에는 수도권 유주택자의 신규 주담대 판매도 중단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연초 대비 2조원 가까이 늘어 은행권에서 증가세가 가장 뚜렷했다. 저금리 메리트를 앞세워 대출 모집인을 통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는데 신규 주택 구매 수요와 맞물려 큰 인기를 끌었다는 후문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올해 많이 늘었다. 당국이 단속 의지를 드러냈으니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이나 연초부터 선제적으로 가계대출 잔액을 관리해온 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영업 현황을 일 단위로 모니터링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의 고삐를 죄면서 연체율이 극히 낮아 대출 중 안전하기로 손꼽히는 주담대 금리가 그렇지 않은 자영업자대출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달 말 발표한 5대 은행의 4월 평균 주담대 금리는 3.98~4.18%로 자영업자대출(3.94~4.29%)보다 하단이 0.04% 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5대 은행의 평균 주담대 금리는 4.28~4.55%로 같은 기간 자영업자대출(4.65~5.12%)보다 하단이 0.37% 포인트 낮았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주담대의 가산 금리를 자영업자대출보다 덜 내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코픽스 하락 추세에 따라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4월까지 평균 자영업자대출 금리는 하단이 4.65%에서 3.94%로 0.71% 포인트 하락했지만 주담대는 같은 기간 4.28%에서 3.94%로 0.34% 포인트 내려가는 데 그쳤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금융 당국이 더 센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문재인정부에서 시행된 ‘은행별 대출 총량제’가 부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