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나란히 산업용 AI 로봇 ‘두뇌’ 확보 노린다

입력 2025-06-18 00:11
스킬드AI 홈페이지 캡처

삼성과 LG가 나란히 미국 인공지능(AI) 로봇 기업 ‘스킬드AI’ 투자에 나섰다.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평가다. 초점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기술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LG CNS는 스킬드AI와 국내 최초로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투자 규모는 1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앞서 삼성전자, 엔비디아 등도 스킬드AI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적 투자로 스킬드AI의 기업가치는 약 45억 달러(약 6조1500억원)로 책정됐다.

스킬드AI의 핵심 기술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이다. 챗GPT가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학습하는 것처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이미지, 텍스트, 음성, 영상 등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한다. 로봇은 학습된 내용을 바탕으로 주변 환경을 탐색해 물체를 조작하고,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하는 고도화된 작업을 할 수 있다. 산업용 AI 휴머노이드 로봇은 유해물질을 투입하거나 물품 적재 작업 등 반복적이거나 고강도의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도 적합하다.

LG CNS는 스킬드AI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산업용 AI 휴머노이드 로봇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제조, 물류 등 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학습해 기존의 로봇이 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작업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로봇을 작동시키기 위해 업무별로 모델을 개발·제어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필요했는데,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산업 현장의 업무 사진·영상 데이터만으로 빠르게 학습해 로봇이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LG CNS는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물류 등 다양한 산업 영역을 대상으로 AI 휴머노이드 로봇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빅테크 기업들도 로봇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자사의 AI 모델인 ‘라마’를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에 나섰고, 오픈AI와 애플도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컨퍼런스콜에서 “로봇 분야에서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자체 개발과 외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기업들이 로봇 연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무엇보다 산업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30년까지 350억 달러(약 47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걷거나 달리는 수준에서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할 정도의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다”며 “AI를 활용하면 단순한 물류 로봇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