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차명 부동산’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한 오광수 전 민정수석 후임자 인선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여러 후보군을 원점 재검토해 추가 낙마 사례가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내란 사태를 비롯한 전 정부 사정작업에 이미 ‘3특검’이 가동된 데다 검찰개혁도 여당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급할 필요가 없다는 기류도 읽힌다. 그러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질 인사청문회 정국을 인사 검증 컨트롤타워 없이 넘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7일 “민정수석 임명은 급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사정 작업과 검찰개혁 작업 등 민정수석 핵심 업무 상당수가 이미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급하게 덤비다 다시 ‘사고’를 내는 것보다는 재낙마하지 않는 게 우선이란 의미다.
이재명정부 민정수석의 핵심 과제는 사정 작업을 통한 내란청산, 더불어민주당의 숙원인 검찰개혁, 5년간 정부 구성을 책임질 인사 검증이 꼽힌다. 여권 내부에선 지난 12일 3특검이 출범하면서 사정 작업은 제 궤도에 올랐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채해병 특검’은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각각 특검으로 임명돼 전권을 갖고 신속한 수사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검찰개혁 작업은 민주당과 국정기획위원회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1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법안을 발의했다. 국정기획위 역시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공약과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을 조율해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분야는 인사 검증이다. 민정수석이 공석인 상황에서 민정수석 산하 민정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업무를 나눠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통령실 인사 등에 필요한 검증신청서류를 받아 국정원과 경찰을 통해 사실 조회와 평판 조회를 진행 중이다. 국민추천제 인사에 대해선 균형인사비서관실이 나서서 선별 검증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김현지 총무비서관, 김용채 인사비서관 등 이재명 대통령과 성남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성남파’가 인사 전반을 관장한다.
하지만 이재명정부 대통령실과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 검증 수요가 폭발하고 있고, 기관 간 협조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민정수석 공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내부 우려가 있다. 여당에서도 민정수석 공백 상태를 오래 방치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역대 정권에서도 인사 총책임자는 어차피 비서실장이었다”며 “민정수석이 있으면 업무가 더 원활하겠지만, 일단 강훈식 비서실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