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신임 원내대표를 오찬에 공식 초청하며 협치에 시동을 걸었다. 민생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가 시급한 만큼 이 대통령이 직접 여야 원내지도부를 만나 신속한 국회 처리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지도부도 첫 상견례에서 회동 정례화 등을 약속하며 협치 분위기는 조성했지만 역시나 쟁점 현안을 두고는 ‘언중유골’ 신경전을 이어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은 17일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이 대통령의 오찬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오찬 시기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외교 일정을 고려해 여야와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제안을 받은 송언석 신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원내지도부와 소통하는 것이 정치의 개선이고 국민을 위한 길”이라며 일단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기로 한 건 추경 심사와 내각 인사청문회 정국 등을 앞두고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여권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시급한 추경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도 앞두고 있다. 우 수석은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19일 국무회의에서 추경안을 의결하면 국회에서 최대한 빠르게 협조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 초청에는 응했지만 여야 신임 원내사령탑들은 첫 상견례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서로 취임 축하 인사와 함께 덕담을 건네면서도 구체적 현안에선 팽팽한 견해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송 원내대표는 야당 지도부 예방차 찾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해 “대단히 아쉽게도 지난 수십 년간 선배 의원님들이 이룩해놓은 국회의 오랜 아름다운 관행들이 굉장히 많이 무너졌다”며 “입법부 내 상호 견제와 균형, 협치를 위해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야당에 주는 부분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즉답 대신 “경청하고 소통하겠다. 야당과의 협력과 협치는 필수”라고 피해갔다. 대신 송 원내대표를 ‘예산·정책통’이라고 추켜세우며 “경제는 흔들리고 민생은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정치는 늦으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는다”며 추경 편성 협조를 에둘러 압박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야당이 요구한 원 구성 재협상 문제에는 전혀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야 원내대표 간 만남을 정례화하자는 데에만 양측이 합의했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예방했는데, 김 비대위원장은 추경에 대해 “국가 재정이 권력의 지갑이 돼선 안 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추경이라면 분명히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선 “법치의 근간을 무너뜨리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언중유골”이라며 “진지하게 토론하고 협의하라고 정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깊이 유념하겠다”고만 했다.
김판 한웅희 이강민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