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존재감’ K바이오… 3~5년에 도약 달렸다

입력 2025-06-18 00:13
글로벌 최대 바이오·제약 전시회인 ‘2025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컨벤션 앤드 엑시비션 센터에서 개막했다. 약 70개국 2만여명의 관계자와 투자자 등이 집결하는 행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독으로 꾸린 부스를 포함해 전시장 곳곳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K바이오가 세계 바이오시장에서 높아진 위상을 드러냈다. 글로벌 바이오·제약 전시회인 ‘2025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바이오기업이 출격하고 최대 규모의 국가관을 꾸려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탄탄한 기술 경쟁력을 갖춘 K바이오가 글로벌 입지를 굳건히 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이날 개막한 바이오USA 전시장에는 1600여개 부스가 빼곡히 들어섰다. 각국에서 모인 바이오·제약 관계자와 투자자들이 개막일 오전부터 바쁘게 오갔다. 제품 설명을 듣거나 전시장을 사진으로 남기는 등 최신 바이오 트렌드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번 전시에는 약 70개국에서 2만명 이상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시장 초입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푸른색 대형 부스는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67㎡(약 51평) 규모의 부스에는 곡면 발광다이오드(LED) 월과 인터랙티브 터치스크린 등 몰입형 첨단 전시 기기가 설치됐다. 13년 연속 단독 부스를 운영해온 삼성바이오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관람객들은 삼성바이오의 자체 세포주와 플랫폼(CDO),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위탁개발생산(CDMO)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며 이해도를 높였다.

제임스 최 삼성바이오 부사장은 “인터랙티브 전시를 통해 생산설비를 포함한 삼성바이오의 전반적 서비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전시공간 외에도 60석 규모의 미팅룸을 갖춰 100건 이상의 미팅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전체 부스 공간의 60~70%는 비즈니스 미팅을 위한 공간으로 꾸려졌다.

신규 론칭한 임상시험수탁(CRO) 사업 설명에도 적극 나섰다. 삼성바이오는 오가노이드(Organoid·미니 장기)를 활용한 약물 스크리닝 서비스 ‘삼성 오가노이드’를 공식 출시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전임상시험 단계에서 동물실험을 줄이고 오가노이드 등 대체 기술 활용을 장려하는 흐름에 맞춘 전략이다. 고객사의 신약후보 물질 발굴 초기부터 협업을 유도해 조기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이번 행사에서 첫 단독 부스를 운영하는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주황색 포인트로 꾸민 부스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방영 중인 소비자 직접 광고(DTC) 영상과 환자 치료 전후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반복 상영됐다. 치료 사례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통해 관람객과의 공감대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코트라와 함께 마련한 ‘한국관’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51개 국내 기업이 참여했다. 560㎡(약 169평) 규모로 올해 모든 참가국의 국가관 가운데 가장 크다. 셀트리온, 유한양행, HLB제약, 유바이오로직스, 제넥신 등 다양한 기업이 한국관에서 전시하며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에 나섰다.

K바이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위기감도 감지됐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한국을 앞서간 중국은 물론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글로벌 빅파마가 없는 한국이 안심할 수 없다”며 “향후 3~5년이 K바이오의 글로벌 도약을 결정짓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직접 개입보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스턴=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