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동에 항모 급파… 이란 “진보된 무기로 맹렬한 공격할 것”

입력 2025-06-17 18:53 수정 2025-06-18 00:05
이스라엘 보안군 대원들이 17일(현지시간)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은 텔아비브 인근 헤르츨리야의 버스 터미널 폭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기 귀국하면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닷새째 미사일 공습을 주고받으며 교전을 이어갔다. 미군 당국은 중동에 항공모함을 추가 배치하고 다수의 공중급유기를 이동시키고 있다. 다만 미국은 외교적 해법을 위한 노력도 병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가 휴전과 확전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키우마르스 헤이다리 지상군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몇 시간 내로 새롭고 진보된 무기를 동원한 맹렬한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타스님뉴스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에 위치한 정보기관 모사드 본부 건물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이란군 전시참모총장인 알리 샤드마니가 이스라엘 공군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샤드마니는 지난 13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골람 알리 라시드 비상사령부 사령관의 후임이다. 이스라엘군은 16일 저녁에는 이란 수도 테헤란의 국영 IRIB 방송국 본사를 두 차례 공습했다. 생방송 중이던 앵커가 스튜디오에서 대피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송출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화상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죽음을 위협하는 암에 걸리면 그 암을 절제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AFP통신은 미 항모 니미츠호가 베트남 입항 계획을 취소하고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다수의 공중급유기도 유럽으로 이동시켰다. 이런 조치에 대해 미 당국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설명했다.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외교적 해법에 동력을 얻기 위해 군사적 압박 카드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악시오스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번 주 중 회담을 하는 방안이 양국 간에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목표는 핵 합의 및 전쟁 종식과 관련한 외교적 이니셔티브 논의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해 전쟁에 개입할지가 좌우되는 순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평화가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여전히 협상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란이 상호 공격 중단과 핵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를 제3국을 통해 미국에 발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참여하지 않는 한 미국과의 핵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임을 아랍 국가 당국자들에게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동시에 무력 공방 억제가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는 메시지도 이스라엘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외교적 노력이 무산될 경우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벙커버스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이란 포르도에 위치한 핵농축 시설을 파괴할 수 있도록 벙커버스터를 지원할지를 두고 중대한 결정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