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낮추는 커피?… 라이브 커머스 허위·과장광고 기승

입력 2025-06-18 02:15
연합뉴스

서울에 사는 조모(32)씨는 모바일 홈쇼핑 형태의 ‘네이버쇼핑 라이브’에서 체지방과 혈당 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다이어트 커피’를 샀다. 맛은 커피와 흡사하지만 카페인이 적고, 혈당을 낮추는 데 좋다는 광고에 현혹됐다. 하지만 조씨는 “한 달 정도 마셔봐도 효과는 전혀 없었다. 실제 맛도 커피와 달라 남은 두 박스는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댓글로 궁금한 사항을 질문할 때마다 판매자가 일일이 답변하며 효과를 강조하다보니 혹하는 마음에 구매하게 됐다”고 후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네이버쇼핑·카카오쇼핑·쿠팡에서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온라인 실시간 상거래) 점검 결과 지난 2개월간 29건의 부당광고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식품 광고 18건, 화장품 10건, 의료기기 1건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실시간 방송을 뜻하는 ‘라이브 스트리밍’과 ‘전자상거래’의 합성어다. 유명인 등이 실시간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며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에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허위·과장 광고의 온상이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요 적발사례를 살펴보면 식품의 경우 ‘난임’ ‘염증치료’ 등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가 많았다. 화장품은 ‘피부 재생을 도와준다’ ‘모발을 자라게 한다’ 등 의약품에 준하는 효능·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 단순히 피부를 매끄럽게 해주는 파라핀 욕조를 수족냉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광고한 사례도 적발됐다. 한 건강기능식품 판매자는 “(해당 제품을) 매일 한 숟가락씩 먹으니 코로나19나 독감에 걸릴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라이브 커머스는 충동구매에 노출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라이브 커머스는 인터넷 통신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진행자가 과장해도 규제가 쉽지 않다. 반면 TV홈쇼핑은 제품의 효과를 언급할 때 엄격한 제재가 가해진다. 예컨대 ‘건강에 효능이 좋다’고 말하려면 명확한 임상시험 결과가 있어야 한다.

식약처는 유튜브 등으로 점검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러 플랫폼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라이브 커머스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내성’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명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어떤 표현이 허위·과장 광고에 속하는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