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사진) 전 대통령 뇌물 혐의 재판부가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이송해 달라는 문 전 대통령 측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왕복 10시간을 들여 재판받으러 오는 것 자체가 사실상의 형벌”이라며 반발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이송 신청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국민참여재판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현복)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문 전 대통령과 이상직 전 의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준비기일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문 전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은 법정에 출석했다.
문 전 대통령은 사건을 주거지 근처인 울산지법으로 이송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돼 전주교도소에 복역 중인 이 전 의원도 전주지법 이송을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 피고인에 대해 이른바 대향범(상대방이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유무죄 판단을 같이 할 필요성이 있다”며 “울산 또는 전주 어느 한쪽으로 이송하더라도 신청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이송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고 본 재판부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문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서울에서 하루 종일 재판하면 전날 와서 다음 날 내려가야 하는데 경호상 낭비가 크다”며 “부산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일주일 정도 몰아서 재판하고 종결하면 적절하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재판 후 취재진에게 “서면을 보완해 이송 신청을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문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검찰 공소장에는 이 전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내정이 2017년 12월에 있었다고 돼 있는데 그땐 (문 전 대통령) 사위가 멀쩡하게 전 직장 토리게임즈에 근무하던 때”라며 “구체적인 대가 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직접 발언 기회를 얻고 “중진공은 역사상 전직 국회의원이 간 적 없는 한직인데 특혜라고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자존심 상하고 화도 난다”며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이런 부분을 국민에게 알릴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 9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고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하고 있던 타이이스타젯에 옛 사위 서모씨를 채용하게 한 뒤 2018년 8월~2020년 4월 급여·주거비 명목으로 약 2억1000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하는 대가로 서씨 채용이 이뤄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