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발생한 SK텔레콤 유심(USIM) 정보 해킹 사태 여파로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수도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 이탈 비율은 SK텔레콤보다 산하 알뜰폰에서 3배 이상 높았다. 반면 KT·LG유플러스와 산하 알뜰폰은 반사 이익을 누리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달 발표하는 무선통신서비스 현황 집계에 따르면 SK텔레콤 휴대전화 회선은 지난 4월 말 기준 총 2260만1767개(고객용 기준)로 집계됐다. 3월 대비 12만7318회선이 줄었다.
업계에서는 해킹 공포에 따른 번호이동 가입자 급증이 SK텔레콤 고객 순감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해킹 사실이 알려진 4월 22일부터 30일까지 SK텔레콤에서 이탈한 회선수만 9만2306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6일까지의 누적 이탈자는 50만1157명에 이른다. 이는 KT·LG유플러스로 옮겨간 회선만 계산한 것으로, 알뜰폰까지 합치면 이탈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망을 활용하는 알뜰폰도 유탄을 맞았다. 해킹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같은 망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가입자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이들이 보유한 가입 회선은 지난 3월 189만9629개에서 4월 186만6362개로 3만3267개 감소했다. 알뜰폰은 가입자 대비 순감 비율이 1.75%로, SK텔레콤(0.56%) 대비 3배 이상 높다.
KT와 LG유플러스는 반사 이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통신사는 4월 회선이 직전 달 대비 각각 5만9336개, 3만5917개 늘어났다. 알뜰폰도 KT 망이 4만8024개, LG유플러스 망이 8만4770개 급증했다. 이런 기류는 5~6월 더 짙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까지 통신시장 점유율 40%를 유지해 왔지만, 지난달부터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지 못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점유율이 30%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은 통신 3사 대비 보안이 부족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객센터 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인식 때문에 가입자들이 빠르게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며 “SK가 이번 사태로 입은 피해를 빠른 시일 내에 복구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오는 19일까지 유심 교체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부터는 매장과 날짜, 방문 시간까지 정할 수 있는 신규 예약 도입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