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미국 측 상황 다급해 보였다… 결례인 상황 아냐”

입력 2025-06-17 18:53 수정 2025-06-17 22:06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 한 호텔의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최우선 과제로 준비했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한·미 정상회담이 중동의 돌발 변수로 예상치 못한 유탄을 맞았다.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급거 귀국 사실을 우리 정부에 미리 알리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공들여 준비했던 이벤트가 무산됐지만 정부는 조기 정상회담을 재성사시켜 국정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급한 사정이 있으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며 “미국 측 상황이 다급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결례인 상황은 아니다”며 “미국도 결정이 급박하게 이뤄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을 결정한 즈음에 우리에게도 연락이 왔다”고 부연했다.

한·미 정상회담 일정 취소는 전혀 예상 못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는 대니얼 스미스 캐나다 앨버타주 총리가 주최하는 G7 초청국 환영 리셉션과 메리 사이먼 캐나다 총독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 소식은 리셉션에 참석 중일 때 보고됐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국가안보실로부터 “가장 근접한 차기 일정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재추진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그렇게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소식을 들은 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귀국 배경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과) 호주 정상의 회담도 내일로 잡혀 있었던 것 같다. 한·미 회담과 미국·호주 회담이 모두 취소된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과 호주 정상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양국 간 정상회담 재추진 논의는 이미 외교 채널을 통해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4일부터 시작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만큼 이를 계기로 성사시키는 게 가장 현실화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

한·미 정상이 다시 통화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대통령실은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그런 계획은 없다. 최근 통화한 적이 있는 데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를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귀국할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으로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이기에 관세 협상을 비롯한 양국 간 논의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측 간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윗선의 본부장급 차원에서도 교감하며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면 실무협상이 더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른 시일 안에 정상 간 회동이 성사되면 (실무협상을) 충분히 보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됐던 시간에 다른 G7 참가국과의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캘거리=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