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해 수일간 이어지던 로스앤젤레스(LA) 시위 사태가 한풀 꺾인 양상이다. 열흘 만에 시위 참가자 체포 ‘제로’를 기록한 데다 도심의 야간 통행금지 시간도 2시간 줄이기로 한 것이다.
LA경찰국(LAPD)은 1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일요일이던 전날 도심 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일 이후 시위 참가자 체포 ‘0’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A 시위는 ICE가 남부 파라마운트 도심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밀집한 의류 도매시장 등을 급습해 체포 작전을 벌이자 촉발돼 시위대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 차량 방화와 상점 약탈까지 발생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사태 진압을 명분으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4000명과 해병대 700명을 투입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시위 현장의 긴장은 한층 고조됐지만, 캐런 배스 LA 시장이 지난 10일 도심 주요 지역에 야간 통금령을 발동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지난 14일에는 전국적으로 열린 ‘노 킹스(No Kings)’ 시위의 일환으로 LA 도심에서 3만여명이 모인 집회가 열렸지만 별다른 소요는 발생하지 않았다. AFP통신과 지역 매체들은 전날 낮에 LA 도심에 모인 시위대가 작은 무리에 그쳤으며 대체로 조용했다고 전했다.
LA 시위가 진정 국면에 돌입한 데는 날씨가 더워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틀 전만 해도 최고기온 26도로 온화했던 날씨가 15일부터 30도 넘게 치솟으면서 지역 기상청이 더위 주의보를 내렸다.
배스 시장은 시위가 전보다 잦아든 상황을 고려해 통금 시간을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오후 8시였던 통금 발효 시간이 2시간 늦춰져 이날부터 ‘밤 10시~다음 날 오전 6시’로 적용된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