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충돌이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캐나다에서 조기 철수했다. 트럼프는 귀국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휴전이 아니라 진짜 끝을 원한다”며 이란의 핵 포기를 압박했다. 트럼프의 G7 중도 철수로 관세 등 미국과의 현안 논의에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 다른 참가국 정상들은 대부분 구체적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트럼프가 갑작스럽게 자리를 뜨면서 일부 예정됐던 양자회담이 취소되는 등 상당한 파행이 빚어진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늦은 밤 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전용기를 타고 출발해 17일 오전 5시30분쯤 백악관에 복귀했다. 중동 위기를 이유로 급거 귀국한 트럼프는 전용기에서 취재진에게 “나는 휴전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휴전보다 나은 것을 원한다. ‘진짜 끝(a real end)’을 원한다”고 밝혔다고 백악관 공동취재단이 전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란의 완전한 포기”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내가 G7 정상회의를 떠나 워싱턴으로 돌아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잘못 말했다”며 “그는 내가 왜 지금 워싱턴으로 가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그건 휴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협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J D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를 이란과의 회담에 파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내가 돌아가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달렸다. 지금은 협상할 기분이 아니다”고 말해 고심 중임을 시사했다.
결국 트럼프는 이란 핵 문제 종결 방안과 관련해 핵심 참모를 이란으로 보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할지, 아니면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도록 지원할지를 두고 최종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17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를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귀국 전 다른 G7 정상들과 함께 중동 평화를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우리는 이스라엘이 자위를 위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하며 이스라엘 안보를 향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또 이란에 대해선 “지역 불안정과 테러의 근원”이라며 “우리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분명히 일관되게 밝혀 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