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함께 일할 수 있는 행복한 일터를 만드는 일, 제게는 비즈니스라기보다 신앙의 실천이었습니다.”
임정택(41) ㈜향기내는사람들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파크뷰에서 열린 제35회 크리스천리더스포럼(CLF)에서 간증자로 나서 지난 17년간 매진해 온 장애인 일터 사역의 여정을 소개했다.
향기내는사람들은 기업 맞춤형 장애인 고용 솔루션인 ‘하이어’와 38개 매장과 온라인몰을 갖춘 카페 브랜드 ‘히즈빈스’, 커피 원두와 콜드브루, 캡슐 등을 제조·유통하는 ‘향기제작소’를 산하에 두고 있다. 이곳에는 170명의 장애인 직원과 88명의 비장애인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임 대표는 “하나님은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일을 이루신다”며 자신의 경험을 풀어냈다. 향기내는사람들의 시작은 임 대표가 20대였던 한동대 재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한동대에서 ‘배워서 남 주자’는 교육 철학을 통해 신앙과 사회적 책임의 접점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졸업 후 중증 정신장애인을 위한 커피 전문기업 히즈빈스를 설립했다. 그는 “커피에 대한 지식도 경영 경험도 없었지만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길이라는 확신 하나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이들이 사회의 편견을 극복하고 자립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며 “한 직원이 ‘이제야 내가 왜 사는지 알겠다’고 고백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일이 단순한 고용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소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 대표에 따르면 히즈빈스의 정신장애인 3개월 직업 유지율은 90%를 넘는다. 국내 전체 정신장애인의 3개월 직업 유지율이 평균 18.3%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그는 “SK 롯데 두산 현대차정몽구재단 와디즈 노을 한동대 등 히즈빈스와 함께 사내카페를 통해 장애인 고용 안정화에 이바지하는 단체가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소개했다.
향기내는사람들에서는 매일 아침 기도로 업무를 시작하고 성경을 함께 읽는다. 임 대표는 “히즈빈스는 단순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 일터가 작지만 하나님 나라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간증에 앞서 일터신학연구소장 이효재 목사가 ‘더욱 담대한 오직 예수 신앙’(요 14:6)을 주제로 말씀을 전했다. 그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일간지 기자로 활동하다 41세에 일터를 떠나 캐나다 밴쿠버 리젠트칼리지에서 목회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으며 일터 신학을 공부했다. 한국적 상황에 어울리는 일터 신학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이 목사는 “크리스천 리더는 성과보다 순종을 따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리더십은 사람을 따르게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예수를 따르게 하는 삶의 모범”이라고 강조한 이 목사는 크리스천 리더가 실천해야 할 세 가지 원리를 제시했다. 첫째는 자신을 낮추고 약한 이들과 눈을 맞추는 겸손, 둘째는 자원을 나누는 섬김, 셋째는 악을 거절하고 선으로 이기는 정의다. 그는 “이 세 가지는 복음의 본질이자 리더의 실제 능력이며 교회가 잃어버린 본문 중심 리더십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위기를 겪는 것은 복음이 무능력해서가 아니라 복음을 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복음은 말이 아니라 삶이다. 겸손과 섬김, 정의를 일터와 공동체 안에서 실천할 때 세상은 복음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LF는 각계각층의 크리스천 오피니언 리더들이 강연과 신앙 간증을 나누는 모임이다. 크리스천 리더들의 영적 성장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통한 복음 전파를 목표로 2019년 출범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